이 최고위원은 16일 “전국적으로 수해가 났으니 나와 당의 문제는 산사에 묻어 두고 내일(17일) 귀경하겠다. 먼저 지역구(서울 은평을) 수해현장을 방문하고 1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고 김일호 원내대표실 차장이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7·11전당대회 당 지도부 경선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당무를 거부한 채 13일부터 나흘 동안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 머물러 왔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 여부와 관련해 “최고위원직은 국민과 당원 동지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경 때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이 당무 복귀를 결심한 데는 수해가 전국을 휩쓴 상황에서 제1 야당의 최고위원이 경선에 불복하고 당내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듯이 비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15일 지지자 30여 명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 “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해 한때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행했던 안경률 의원은 “색깔론으로 공격한 당 지도부 속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과 그래도 당에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이 당무에 복귀해도 ‘색깔론’과 ‘대리전’으로 얼룩진 대표 경선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진수희 의원은 15일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 경선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박 실장은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친박(親朴)인 전여옥 최고위원은 16일 “이 최고위원뿐 아니라 8명의 경선주자 모두 할 말이 있다. 더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면 당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이라며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반면 이 최고위원이 속한 ‘국가발전연구회’ 멤버인 심재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10년간 한솥밥을 먹던 식구에게 색깔론 시비를 당했으니 울화를 토해내는 심정이 백번 이해간다”며 강재섭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15일 선암사를 찾아 이 최고위원을 만나는 등 당내 세 대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강대표는 이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와 관련해 “최선을 다했다. 절에도 다녀왔고…”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선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당직 개편을 늦추고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