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국방부 조달본부장을 거친 ‘군수통’으로 연간 8조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방위사업청의 초대 수장인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김 청장이 조만간 단행될 차관급 인사를 앞두고 ‘용퇴’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당초 이날 오전 군 관계자들과 함께 군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의 로켓 발사 서명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방미계획을 취소한 것부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2조 원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과 1조 원대의 차기유도무기(SAM-X) 사업 등 굵직한 현안들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김 청장의 사퇴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 청장이 그동안 EX와 SAM-X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4월 말레이시아 방위산업전시회 출장 때 문제가 됐던 부적적한 골프 때문에 최근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은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김 청장은 실무진의 실수로 귀국 항공편을 놓치는 바람에 출장 일정을 하루 연장했지만 이를 총리실에 보고하지 않았고,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 청장은 이달 초 “접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방위사업청의 최고 수뇌부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업체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골프를 친 데 대해 ‘윗선’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EX 사업의 기종 선정을 둘러싼 군 내부의 불협화음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2년까지 3대의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EX사업을 놓고 미국 보잉사와 경쟁 중인 이스라엘 엘타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청장이 국회에서 밝힌 기종 선정 방침이 한 달 만에 번복되기도 했다.
김 청장은 4월 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4월 말까지 엘타사가 EX에 탑재될 미제 핵심 통신장비에 미 정부의 추가 수출 승인을 얻지 못하면 시험평가를 못해 자격이 탈락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청장의 이 같은 발언과 달리 한 달 뒤 방위사업청은 추가 수출 승인을 얻지 못한 엘타사 기종까지 시험평가를 강행해 특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EX 기종 결정을 둘러싸고 방위사업청 내부에서 알력이 빚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국방정책 결정권자의 의중에 반한 이 청장이 사퇴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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