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취임한 신임 권오규(사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저녁 본보 기자와 만나 “재경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민간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위원회는 최소한 3분의 1 또는 절반가량을 민간인으로 구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 소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모델로 삼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해 국민이 이의를 제기하면 조사를 거쳐 해당 기관에 시정 및 제도 개선을 권고하거나 의견 표명을 하는 기관.
권 부총리의 발언은 앞으로 재경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 또는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재경부가 과거처럼 무조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며 “재경부 조직에 민간인이 참여하도록 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앞서 취임사에서도 “(재경부의) 정책 수행 과정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그동안 재경부에 쏟아졌던 여러 가지 비난은 취약한 거버넌스에서 연유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광범위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 역량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의 이례적인 ‘민간인 정책 참여’ 발언에 대해 재경부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권오규식 개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권 부총리가 조직 변화를 강조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애용하는 ‘거버넌스’ 개념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청와대류(類) 개혁 프로그램’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거버넌스는 현 정부 들어 주로 정부의 수평적 분권형 리더십을 일컫는 데 쓰였다.
재경부 내 위원회 신설 방안도 권 부총리의 청와대 근무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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