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서 가장 손쉬운 제재 방법은 미국 국내법을 발동시켜 미국인·미국 기업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논의하던 14일 공화당이 긴급히 제출한 대(對)북한 비확산법안(North Korea Non Proliferation Act)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안은 기존에 시행되던 대(對)이란·시리아 비확산법에 북한을 추가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분량도 A4용지 단 2장. 워싱턴 소식통은 “신속한 법 통과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15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문에 이어 대북 비확산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의 대북 제재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비확산법을 통과시킨 뒤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문 정신에 따랐다”고 설명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방적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이 결의문은 ‘안보리는 각국의 국내법과 국제 관행에 따라 북한을 오가는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WMD)를 차단하고, 관련 자금의 흐름도 막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재 수단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에 대한 미사일 수출 길을 봉쇄하면 달러 한 푼이 아쉬운 북한에 ‘연간 수천만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통한 ‘간접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BDA 은행 문제는 일종의 경고였을 뿐 정식 제재도 아니었지만, 큰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대북 추가 제재 조치인 금융제재를 이르면 다음 달 초 발동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에서 미사일 개발 관련 혐의가 있는 북한 관련 기업과 단체, 개인의 ‘블랙리스트’를 넘겨받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블랙리스트는 미국이 지난해 대통령령으로 자산을 동결했던 미국 주재 북한 무역회사와 은행 등 10여 곳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개정 외환법을 이용해 블랙리스트에 속한 단체 및 개인에 대한 송금 불허는 물론 단체 및 개인이 일본 금융기관에 보유한 금융자산의 동결 및 인출 불허 조치도 검토 중이다.
또 북한 관련 기업이 제3국을 거쳐 북한에 ‘우회 수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과 한국, 중국, 러시아에도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다.
일본 당국은 20일 방문하는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과 이 같은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큰타격 없을것” vs “대외경제 마비”
미국과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핵 포기를 끌어낼 정도로 파괴력이 있을까.
많은 북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맺고 있는 경제 관계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9일 “이미 미국과 일본이 상당한 수준의 대북 경제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제재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융제재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인 북한 자금 2400만 달러(약 227억4900만 원) 때문에 북한 경제가 타격을 받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추가 경제제재 대상이 많지 않고 일본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대북 송금을 막는 방법 등이 있겠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나 핵 포기 등을 끌어낼 정도로 심대한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외국에 자산을 얼마 갖고 있지 않아 미국과 일본이 자산을 동결한다고 해도 북한이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대북 지원과 투자를 많이 하는 한국과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해야만 미국과 일본이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제외하고도 2억1254만 달러(약 2035억여 원)의 정부 및 민간 지원을 포함해 총 3억 달러(약 2873억여 원)의 물품과 자금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달러 위조나 세탁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소유의 은행 계좌가 추가로 발견돼 미국과 일본이 BDA 은행에 취한 것과 같은 금융제재를 추가로 실시할 경우 북한의 대외경제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북한 정권 핵심 주변과 당, 군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함으로써 정권을 쓰러뜨리는 결정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화학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장관은 20일 출간되는 집권 구상을 담은 저서 ‘아름다운 국가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핵 억지력과 극동지역의 안정을 생각하면 미국과의 동맹은 불가결”하며 “일미동맹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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