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의원외교협의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24일 미 정부 전·현직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백악관 출신 부시 행정부의 전직 고위관계자가 '인민은행이 북한계좌를 동결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거래에 있어 사실상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더욱 좌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미국 재무성이 지난해 9월 북한 위조지폐에 관한 일제조사인 '스모킹 드래건(smoking dragon)' 작전을 수행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를 동결했고 동시에 마카오내 인민은행 지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성을 감안해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마카오 계좌가 동결되면서 인근 중국 주하이(珠海) 소재 국영은행들로 계좌를 옮겼다"면서 "미국이 이를 따라 조사를 확대했고, 그 과정에서 인민은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관계자가 'BDA자금(2400만 달러)은 규모는 작지만 이는 대외공작자금으로 뇌물공여나 무기부품구입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북한은 BDA계좌 동결이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스위스, 러시아(총 2억~3억달러 추정)의 계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밖에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한국과의 군사동맹을 필리핀이나 태국 수준으로 격하시키려 했고, 10%에 불과했던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미사일 사태 이후 30~40%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백악관 부통령실 안보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외견상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통보했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중단 조치 등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중국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시사한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부통령실 안보 관계자는 "한미동맹에 있어 상호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인도적 대북지원이라 할지라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조건적인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관련해 "미국 방문 결과 전시작전권 환수가 이뤄지면 주한 미지상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반도 긴급사태 발생시 한미 공동 대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딕 체니 미 부통령은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국정전협정 53주년 기념식에 참석, 연설할 예정이라고 박 의원이 전했다.
미국 부통령이 한국정전협정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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