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봉 윤리위원장이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윤리관인 주호영 의원과 함께 단상에서 엎드려 큰 절을 하며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윤리위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는 호남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효선 광명시장에 대한 윤리위의 '1년 당원권 정지' 징계를 '탈당 권유'로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최고위원회의 조치는 '탈당권유'를 받고 10일 이내에 탈당치 않으면 제명토록 한 당규상의 조치가 아닌 정치적 권고이긴 하지만 당 지도부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강창희 최고위원은 "윤리위의 결정은 국민의 감정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결정으로 대선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 된다"며 "경 징계를 받은 사람도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해당행위의 정도가 심한 사람은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번 골프사태는 부산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고 했다.
수해골프 파문 이후인 지난 주말 한나라당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지지율이 10%나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7·11 전당대회 과정에서이 '대리전', '색깔론' 구태와 당직자들의 잇따른 돌출언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지율 급락을 초래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윤리위의 징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에게는 아쉽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견해가 많다. 회의에 참석한 윤리위원 9명(전체 11명)도 징계결정에 외부의 여론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주 윤리관은 "오늘 징계조치가 과연 적당한 건지 지나친 건 아닌지 고민이 많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홍 전 위원장 제명에 대해 다수가 이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효선 시장의 경우 호남 출신인 전임 시장이 퇴임직전 단행한 인사에 대해 "전라도 사람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심각한 역풍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한영 최고위원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호남의 지지가 필요한데 그동안 해 놓은 것을 이번에 다 까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리위와 최고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지도부부터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일반 당원들의 기강해이성 행태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유력 대선후보들과 현 최고위원들이야말로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대리전과 색깔론 논란을 일으키며 당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사람들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각범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상 원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혁신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당원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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