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이익보다 손해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득을 보았다면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주변국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북한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보다도 다른 나라의 과잉 반응을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간주하는 한국 정부의 독특한 입장 때문에 북한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기게 된 것이다.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먼저 북한은 그동안 개발해 왔던 미사일의 기능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대포동 2호가 실패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들의 기술 수준으로 그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짧은 기간에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하간 스커드, 노동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성공한 것이고 그것은 이후 미사일 수출에도 커다란 촉진 요인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앞으로의 협상 카드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을 보유한다는 사실보다는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되어 버렸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만 안 하면 국제사회에 협력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양상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간 유대에 틈을 만들고 한일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효과를 냈다. 또한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낙오 내지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군사적으로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한국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잃은 것들도 있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북한을 포기할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원과 보호를 받기는 어렵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이 제공하고 있는 에너지와 식량 지원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기존의 대북(對北) 제재와 앞으로 있을 제재가 국제적으로 합법화됨으로써 그동안 한국의 만류로 접어놓았던 미국 일본 및 기타 국가들의 대북 압력 조치(채찍)가 활발히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유엔뿐만 아니라 G8(선진 7개국+러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무대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력이 증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미사일 발사로 한국이 북한에 식량, 비료,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싶어도 주고 싶은 만큼 주기가 어렵게 되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만만하게 보이는 남한을 윽박지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명분을 주어 경협을 정상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은 일본의 외교에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나아가서는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할 명분을 제공하였다. 동시에 미국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북한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지만 북한은 그것이 결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고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갈 것이라고 판단하여 북한의 협상력 제고라는 우선의 목표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객관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북한 자신은 미사일 발사의 수지타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북한의 손익계산에 비하여 한국으로서는 손실 일변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엇박자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동맹은 약화되고 한일 관계는 악화되었다는 우려를 가져왔다.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보다도 소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국내적으로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국내 여론은 더욱 양극화되었다. 남북 간의 군사적 외교적 균형은 북한의 우위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안보 문제에 있어서의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손상되는 문제도 야기되었다.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북한 정부의 오만하고 위협적인 언사는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남한 국민의 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정부의 집요한 합리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햇볕 우선 정책에 대한 반성과 비판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동시에 김대중 정부 이래 남한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상적 기대에 현실 감각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얻은 것’은 정부가 그것을 얼마나 인식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잃는 것을 최소화하고 얻는 것을 최대화할 수 있다. 이번 경우 북한이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우리가 잃은 것이 많은 이유는 정부의 대응과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7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한 지 3주일이 지났다. 우리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아직도 그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하겠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 전 외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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