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거래소 감사에는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씨는 증권시장에 대한 전문지식도 경험도 없다고 한다. 노동운동 경력이 고작이다. 그는 5·31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의 정책팀장으로 일했으며, 청와대 및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의 전형”이라며 반발할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2년 12월 “인사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했다. 인사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지난 3년 5개월간의 행태를 보면 ‘코미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작년까지 청탁이나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의 장(長)이나 감사가 된 여권 인사만 134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주변 사람들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낙하산 인사에 대해 “능력과 인품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잘 훈련된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발탁된 인물들이 능력과 인품이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그런 인물들이 왜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의 주변에만 몰려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공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나아지기라도 했는가.
낙하산 인사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심해진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봐줘야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내세워 온 노무현 정권이 이런 구태(舊態)를 되풀이한다면 자기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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