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오명철]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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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나라 안팎의 각종 고급 정보가 집결하는 곳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대통령을 보좌한 인사들이 훗날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집권자가 기분 좋아하는 각종 정보는 쇄도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고 한다. 시중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크나 유언비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노무현 조크’ 두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박치기 사건’으로 퇴장한 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의 사연. 당초 유럽 언론은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가 인종차별적 발언 또는 지단 모친을 모욕하는 언사를 했다고 보도했지만 최근 국제축구연맹의 청문회에서는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한국의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 마테라치가 돌연 “너 ‘노사모’지”라고 해 지단이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노사모, 즉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명칭에 대한 패러디다. 노사모 회장(전국대표일꾼)은 지난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때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물의를 일으킨 노혜경 씨다. 그럼, ‘노무현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노무현이 사기 친 모임’의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었으나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혐의로 1년 4개월간 옥고를 치른 뒤 팽(烹)된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다. 그럼, ‘노무현을 사기 친 모임’의 대표는? 허위 줄기세포 파문으로 온 국민을 절망시킨 ‘황우석 교수’다. 마지막이 걸작이다. ‘노무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 경선 중’이라고 한다. 듣는 이마다 폭소를 터뜨리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노무현 대통령만큼 희화화된 분도 없지 싶다. 유혈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과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김영삼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더 큰 불행은 대통령이 이제 미움을 넘어 ‘체념 상태’가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이제 대통령이 어떤 말씀과 인사(人事)를 하셔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것 같다. 나라의 어른이자 상징인 대통령이 이처럼 저잣거리의 ‘안주’가 되고 ‘잊혀진 존재’가 된 것은 국가의 품격과 장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19개월이나 남아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식물’처럼 위축되거나, 끝없는 오기로 비판세력과 엇박자만 놓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결국 대통령을 다독거리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몇 차례 언론계 선후배들과 노 대통령이 잔여 임기에 ‘집중해야 할 3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난상토론 끝에 집중해야 할 일은 ‘국가안보 확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파국으로 치닫는 노사관계 해결’이 꼽혔다. 특유의 돌파력을 가진 대통령이 굳게 마음먹기만 한다면 이를 위해 19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 말아야 할 일로는 ‘남북정상회담, 하야(下野),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무리수’ 등이 꼽혔다.

한 가지 우려할 점은 노 대통령의 귀가 점점 얇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고위 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집권 초기에는 시중의 온갖 얘기를 전해도 언짢아하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뭔가 불편해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느 정권이나 집권 후기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일까? 나로서는 그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노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고, 고향에서 축복받는 여생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랄 따름이다.

오명철 편집국 부국장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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