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의 명암이 엇갈렸다. 1일 고위공무원단 출범으로 실시된 직무 분석 결과 사실상 대통령비서실의 서열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26일 중앙인사위원회가 작성한 대통령비서실의 직무등급자료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은 옛 직급인 1∼3급 83개 직위가 직무 중요도 등에 따라 ‘가∼마’ 5등급으로 분류됐다.
83개 직위는 13개 실장 및 수석·보좌관을 뺀 52개 비서관과 31개의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의 자리를 포함한 것이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은 ‘가’급=직무 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은 연설기획, 총무, 의전, 민정, 인사관리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 제1부속실장, 대변인 등 14개다.
이 자리들은 소속 수석비서관실의 업무를 총괄하는 선임 비서관인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집중 포진해 있다. 이른바 ‘실세’들.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관리하는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을 비롯해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천호선 의전비서관, 정태호 대변인, 문용욱 제1부속실장 등이 ‘가’급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윤 비서관과 이 실장, 천 비서관은 매일 아침 관저에서 노 대통령과 만나 그날의 주요 일정과 메시지를 조율하는 최측근 실세로 통한다. 노 대통령의 고향(경남 김해) 친구인 정상문 총무비서관도 비서실 인사와 예산을 집행하는 최측근 인사다.
전체 직위 중 가장 많은 25%(21명)를 차지한 ‘나’급에는 정책조정, 인사제도, 사정, 교육문화비서관 등이 포함됐다.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부속실장은 ‘가’급인 반면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장은 ‘나’급이다. 또 사회조정1, 2비서관이 ‘나’급인 데 비해 민생을 담당하는 사회조정3비서관은 ‘다’급이다.
31개의 선임행정관 직위인 ‘마’급은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의 자리다. ‘가∼라’급의 별정직 비서관들에 비해 파견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셈.
부처에서 파견된 선임행정관들이 전부 가장 낮은 ‘마’급으로 분류된 것은 이들이 대부분 파견 부처에서 3급 초임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앙인사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과장급이 파견된다는 것.
그러나 선임행정관들의 연령이나 공무원 경력으로 볼 때 별정직 비서관들에 비해 낮게 분류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대통령비서실의 등급 구분은 ‘다, 라’급의 폭이 큰 정부 부처와 달리 ‘가, 나’에 집중돼 있어 공무원 사회에서는 “대통령비서실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급은 ‘마’급보다 1000만 원 더 받아=중앙인사위의 고위공무원단 직무등급 분류 방침에 의하면 이번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의 등급 분류에는 직무별 중요도와 난이도 등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가 모두 높으면 ‘가’, 중요도와 난이도 가운데 하나가 높으면 ‘나’, 중요도와 난이도가 모두 보통이면 ‘다’ 식으로 분류된다는 것. 또 분류 대상 직무에 현재 2급이 있는지, 3급이 있는지 등 책임자의 등급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급은 직무급을 연간 1200만 원, ‘나’급은 960만 원, ‘다’급은 720만 원, ‘라’급은 480만 원, ‘마’급은 240만 원을 각각 받게 된다. 따라서 ‘가’급 별정직 비서관은 부처 파견 선임행정관보다 1000만 원가량을 더 받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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