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최병렬-홍사덕 ‘뜨거운 감자’로

26일 치러진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조순형 당선자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26일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한나라당 맹형규(왼쪽) 이주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차명진(오른쪽) 당선자가 27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를 찾아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은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고심에 빠졌다.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 홍사덕 전 원내총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었던 조 전 대표가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탄핵을 재평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한 것.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조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탄핵 주역’이라는 멍에를 벗겨주려 애썼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최 전 대표와 홍 전 총무의 정계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최 전 대표가 몇 차례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타진했지만 당 지도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홍 전 총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 광주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민주당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도 ‘두 탄핵 주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도 이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보면서 고심하는 눈치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주역에 대한 평가나 복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얘기를 듣고 싶어 사실 간담회를 열었다. 좋은 의견을 말해 달라”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재로선 최 전 대표와 홍 전 총무의 복귀가 이른 감이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소장파들은 이들의 복귀에 강하게 반발하고, 적지 않은 의원들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27일 잔칫집 분위기였다. 대표단 회의 참석자들은 12번째 원내 의석 확보를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300척의 왜선을 무찌른 일에 비유하며 감개무량해했다.

한화갑 대표는 “자임하든, 강요를 받든 간에 한국 정치에서 민주당의 역할이 시작됐다”며 “마음을 터놓고 민주당을 확 열자”고 정계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조순형 서울 성북을 당선자도 “민주당이 50년 역사와 전통, 영광을 재현하고 전국정당, 수권정당으로 가는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거들었다. 조 당선자와 지도부는 8월 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내 호남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영입작업을 하면서 ‘여당 흔들기’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한 대표는 “지방선거 후 입당을 타진하는 사람이 몇몇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31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추미애 전 의원에게 당직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