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동아일보의 칼럼과 조선일보의 분석기사를 문제 삼아 두 신문에 대해 취재협조를 거부키로 한 데 대해 이민웅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학자들은 청와대의 이번 조치를 두고 “과하고 불필요한 행동이다”(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감정에 치우친 대응”(박천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 침해”(이민웅 교수)라고 표현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인,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발상이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평(헌법학) 경북대 법대 교수는 “언론의 취재에 응하는 것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직자의 의무”라며 “청와대의 취재협조 거부는 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청와대 브리핑에 글로 올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직접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청와대의 입장은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일일상황점검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 수석은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사회적 마약처럼 향정신 물질의 자극을 흉내 내면 사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마약’에 비유했다.
청와대는 2003년 권양숙 여사 보도와 관련해 동아일보에 대해 취재거부 조치를 취한 일이 있다. 이번 취재거부 조치는 두 번째다. 두 번 다 동아일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취재거부가 특정 언론사에 대한 견제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번에 동아일보 칼럼과 조선일보 분석기사를 비난하며 집중 문제 삼은 것은 ‘표현 방식’이었다. 동아일보 칼럼의 ‘약탈정부’ ‘도둑정치’라는 표현과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이란 표현이 문제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조어(造語) 기능이 있는 건데 표현을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옹졸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뉴올리언스 지역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해가 났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 재난에 무관심했다고 비판하며 “부시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이 미국을 ‘치욕의 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Shame)’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가 어떤 제재를 가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왜 청와대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민웅 교수)을 하는 것일까. 박천일 교수는 “최근 재·보궐선거 결과 등으로 인해 청와대가 수세적이고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런 순간에 언론이 강한 비판을 하니 이를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강경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대응은 과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에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효성 전 성균관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취재거부라는 방식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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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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