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는 1999년부터 시작된 BK21사업 이전에 쓴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실은 뒤 다시 BK21사업 실적으로 제출하거나 국민대와 한양대의 학술지에 실은 같은 논문을 이중으로 보고했다.
BK21사업을 주도한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은 이런 문제를 걸러내기는커녕 관련 자료도 보관하지 않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대학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 7년간 1조5700억 원이 투입된 BK21 1단계 사업은 초기에 ‘바보 코리아’ 사업으로 불릴 만큼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사업단 선정부터 특정 대학 편중 시비를 빚었고 중간평가나 감사마다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수가 연구비로 외유를 다녀오거나 과제와 무관한 용도로 돈을 쓰기도 했다. 논문을 이중으로 내거나 한 논문에 여러 연구자 이름을 끼워 넣는 논문 부풀리기도 횡행했다.
BK21 1단계 감사에서 유명 사립대 이공계 교수는 박사과정 이수생에게 연구비 관리 통장에 들어온 연구비 수천만 원을 자신과 가족 명의의 통장에 넣도록 지시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지방 국립대 이모 교수는 서울 K대 박사학위 논문 중 상당 부분을 표절하고 참고 문헌을 전재했다가 적발됐다.
사업 결과를 심사하는 학진은 논문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교내외 학술지인지, 단독 또는 공동연구인지만을 따져 기계적인 평가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내 학술지들은 학진에 등재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외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모아 편집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논문 심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논문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데도 학진이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채 실적으로 인정한 점은 문제다.
논란이 된 김 부총리의 연구팀은 BK21 1단계 핵심사업 분야 316개 사업단 중 16위를 차지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지만 이마저도 부풀리기로 확인됐다.
학진 관계자는 “핵심사업 분야는 공학, 인문 등 8개 분야의 25개 개수(팀)로 나눠 동일 분야끼리만 상대평가하기 때문에 전체 순위를 매길 수 없다”면서 “김 부총리팀은 ‘사회 4개수’ 소속 12개 사업단 중 1차 연도 8위, 2차 연도 6위, 3차 연도 6위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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