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변인의 언급은 1일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검증 결과에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맡기겠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30일까지도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완강히 버티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입장변화다.
김 부총리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주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했고, 국회는 “의혹 해명을 위한 청문회는 가당치 않다”고 일축하는 대신 1일 김 부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교육위원회를 열어 표절 의혹 등을 따지기로 한 상태.
청와대가 이날 ‘국회 청문회’란 표현을 쓴 것은 김 부총리가 내세운 청문회 개최 명분을 살려주되, 실질적으로는 김 부총리의 문제를 국회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고육책에 가깝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의 거취는 1일 교육위를 고비로 판가름 나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위는 사실상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이 김 부총리의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절반 이상이 김 부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청문회는 해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사퇴 명분을 마련해 주는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당과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 유도 쪽으로 조율을 끝내고 수순 밟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한 여권의 이런 입장 정리는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압력으로부터 촉발됐다. 당의 기류가 한명숙 국무총리를 거쳐 청와대로 전달돼 적절한 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총리는 31일 낮 휴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김 부총리의 사퇴 불가피 의견을 전한 직후 1일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환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은 “(한 총리가 1일 발표할 방안에는) 법에 명시된 모든 권한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김 부총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한 총리의 이런 움직임은 열린우리당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30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한 총리를 만나 김 부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당내 기류를 전달했다.
김 부총리의 논문 및 연구비 관련 의혹이 날마다 한 건씩 불거지면서 열린우리당에는 김 부총리를 더 안고 가다가는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청와대로서도 여당의 이런 기류를 방치할 경우 당-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도 공개적으로 사퇴 촉구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한 총리를 통해 우회 전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함으로써 당-청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로써 일주일 넘게 끌어온 김 부총리 파문은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1일 교육위원회의 상황과 노 대통령의 최종 결심 여하에 따라서 김 부총리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