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일전 인사청문회 때와는 달리 여야 의원들은 비록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김 부총리 논문 의혹의 진실을 캐는데 화력을 집중한 반면 김 부총리는 "나는 억울하다"며 시종 상기된 표정에 다소 높은 목소리로 의원들의 질문을 적극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은 5대 의혹 가운데 특히 '두뇌한국(BK) 21' 사업 연구비 이중 수령문제와 김 부총리가 2001년 국민대 교수시절 제자인 당시 성북구청장으로부터 1억원대의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이듬해 이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 통과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른바 '학위 거래' 의혹에 질의를 집중했다.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김 부총리가 진보적 교수단체인 민교협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것과 관련, "김 부총리는 개혁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아 기댈 언덕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육개혁을 주도할 수장은 지고의 도덕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팽배한데 이미지가 훼손되고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교육개혁을 잘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모든 책임을 여당과 청와대가 지고 조속한 결단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며 "변명은 많이 들었지만, 부총리는 청와대가 사퇴시키기 전에 용단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사퇴의사를 밝히고 물러나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학위 거래' 의혹과 관련go "구청장 신분의 학생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하는 것이 교수로서 적절하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영숙 의원은 "구청장이 김 부총리의 국민대 교수 시절 제자이고 이 분이 그걸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민대 겸임교수로 있었는데 이건 뭔가 연결고리가 이어진다"며 "모양새가 좋지 않고 도덕성 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발끈한 김 부총리는 "내가 박사학위를 팔았다는데 얼마에 팔았는지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 의원은 "내가 언제 학위를 팔았다고 얘기했느냐. 왜 없는 말을 만드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거의 말싸움 수준까지 가는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언쟁이 이어지자 권철현 위원장은 김 부총리의 답변을 중단시킨 뒤 "김 의원이 학위 팔았단 말을 하지 않았다"며 "부총리는 질의 의원들의 말씀이 혹시 마음에 안 들어도 감정대응 말라"고 지적하며 김 부총리의 사과를 받아냈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교수 출신 의원 중에서도 논문 재탕 사례가 많다'는 내용의 질의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현역 의원들도 언론의 잣대로 보면 다 걸린다. 학계에서는 이런 것들이 학술연구 과정의 하나라고 한다"며 유일하게 김 부총리를 옹호하는 질의로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또 "'자기 표절'이라는 용어가 과연 학계에 있는 용어인지, 중복게재가 국민대에만 있었던 사례인지 모르겠다"며 언론이 제기한 의혹 자체를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퇴용의를 묻는 여야의원들의 질의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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