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GOP 총격 오발 아닌 도발 가능성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지난달 31일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아군 전방관측소(GOP) 총격 사건은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도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31일 오후 7시 35분경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 아군 GOP를 향해 2, 3발의 총격을 가해 우리 군도 6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총격 직후 우리 군은 북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경고방송을 두 차례 실시했지만 북한은 1일 오후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아군 GOP 막사 벽면에서 북한군이 쏜 두 발의 탄흔이 발견됐다”며 “우리 측 GOP를 겨냥해 사격을 했는지, 오발에 의한 우발적 총격인지를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방의 남북한 초소 총기들은 모두 적진을 향해 있어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1.5km 떨어진 북한군 GP에서 발사한 실탄이 아군 GOP의 막사를 명중하려면 ‘정조준 사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3년 7월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의 북한군 GP에서 발사한 4발의 총격 중 3발이 아군 GP를 둘러싼 시멘트 옹벽에 맞았을 때도 조준 사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최근 북한이 모든 매체를 동원해 21일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군의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에 대해 거센 비난을 퍼부은 것도 의도적 도발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총격 사건 당일인 31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만평을 통해 “(올해 UFL 훈련이) 다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미국의 전쟁 도발이 실천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고 이에 앞서 30일에는 북한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이 “(UFL 훈련은) 사실상 대북 선전포고”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도발 우려가 크게 준 것으로 여겨졌던 육상에서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대포동2호를 비롯한 미사일 도발 이후 미국 주도의 대북 강경책이 가시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 수뇌부가 남한 내 긴장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 채택 이후 북한은 불리한 국면 전환을 위해 △미사일의 추가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과 같은 ‘추가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전방의 총격을 통한 긴장 조성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는 어떤 형태로든 남한 내 위기감을 고조시켜 대북 압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유도하고 한미일 공조관계에 금이 가도록 하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DMZ 내 총격사건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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