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는 역사적 사건”=친북 성향 단체의 홈페이지에 일제히 오른 선군정치 찬양 글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미화와 반미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이 글에선 “선군정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힘이 없어서 강대국에 휘둘리며 살아왔던 약소민족의 설움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민족이 21세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것을 선언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미국, 일본 초강대국들이 핵 주먹을 휘두르며 무릎 꿇으라고 강박해도 (북한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할 테면 해보자’는 식이다”며 “영토도 크지 않고 인구도 많지 않은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배짱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북한을 치켜세우고 있다.
또 “믿을 것은 오로지 우리 민족의 힘이며 북한의 미사일은 남한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우리 민족이 공멸하는 길을 우리 민족 자신이 택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은 “우리 대학생들부터 과거의 낡아빠진 반북대결, 친미사대에서 확실하게 벗어나 북한의 선군정치를 올바로 이해하고 조국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 가장 앞장서기를 바란다”는 선동적인 내용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통일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서울시민모임’이라는 단체가 ‘우리는 북한의 선군정치를 지지하며 고맙게 생각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단체는 게시글에서 “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이 없었다면 미국은 언제든 북한을 침략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전쟁이 났을 것”이라며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맹목적인 반공, 반북의식에서 깨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군정치를 제대로 보고 적극 지지하자”고 주장했다.
▽누가 왜 올렸나=선군정치 찬양 글은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대학생모임 공동대표’ 명의로 올라왔다. 공동대표는 고려대 김○○, 연세대 조○○, 서울대 권○○, 한양대 성○○라고 이름이 명기돼 있다.
앞서 글을 올린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서울시민모임은 성북구 김○○, 관악구 박○○, 종로구 최○○ 등 16명의 성(姓)만을 밝혔다.
이들은 단체의 전화번호나 홈페이지 주소 등을 전혀 남기지 않아 이들 단체가 실제 존재하는지, 공동대표들이 실존 인물인지 등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글이 일제히 게시된 점으로 미뤄 개인이 즉흥적으로 올린 것은 아닐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글이 게재된 시점 역시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 준다.
문제가 된 글들은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가 만든 통일학교 교재에서 선군정치를 미화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일제히 올라왔다.
특히 지난달 29일 전후로 북한의 ‘노동신문’과 북한의 주간지인 ‘통일신보’,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에 일제히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글이 게재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북한문제 전문가 등은 지적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남북장관급회담 이후 남한의 친북 세력이 북한의 대남 정치선동에 동조, 연합한 일련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대남 지령 등을 통해 선군정치를 찬양, 선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글이 시민들의 의식 수준으로 걸러낼 수 있는 주장인지, 체제를 부정하고 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선동인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분석이 끝난 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나 단체를 추적해 실체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대와 범민련, 전국연합 관계자들은 “게시판에는 누구든지 글을 올릴 수 있어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글을 올린 단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게시물을 삭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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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회담 北대표 발언후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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