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로 다시 청와대-열린우리 갈등 예고

  • 입력 2006년 8월 3일 15시 17분


법무장관 후임 인선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사이에 또다시 회오리를 일으킬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 표명 이후 한숨 돌리는 듯하던 당·청이 다시금 내각의 핵심 포스트를 놓고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는 것.

여당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해 '비토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맞서 청와대 쪽에서는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것이냐"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지나친 개입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통상 개각 이후 불거지던 인사 갈등이 인선 과정에서부터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카드'에 대한 당내의 전반적 분위기는 한마디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개인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석으로 있다가 나가고, 또 들어오고 하는 '회전문 인사'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5·31 선거 때 문 전 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으로 선거를 망쳤다는 불만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도 2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며 "문 전 수석 개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민심'과 '여론'에 반해 법무장관을 임명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28일 문 전 수석의 기용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의견과 당 추천인사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품이 훌륭하고 자격이 좋은데 법무장관으로는 안 된다'는 당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당이 오히려 민심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임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무장관 인선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그 성격상 김 부총리 거취 파문 이상의 폭발력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부총리 거취 파문의 경우 논문 의혹이라는 돌발악재가 논란을 촉발시킨 요인이었지만, 이번 갈등은 대통령의 중요권한에 속하는 인사권과 관련된 사안이 초점으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국운영의 방향을 둘러싼 당·청간의 기본적 입장차와 맞물리면서 당·청관계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갈등은 '공개전' 양상을 띠면서 해법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당·청이 물밑조율을 통해 '조용한 해결'을 꾀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특정인에 대한 비토 또는 옹호론으로 맞서는 형국이어서 양측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형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례로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으로서는 문 전 수석을 그대로 임명하면 '코드인사' 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인사권에 상당한 상처를 입으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노대통령이 김 부총리 거취파문을 반면교사로 삼아 '문재인 카드'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인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진 터라 양측의 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