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은 보수의 트로이 목마”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지식인을 중심으로 대안적 진보를 표방해 온 ‘좋은정책포럼’ 소속 지식인들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선긋기에 나섰다.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술센터에서 열리는 좋은정책포럼의 제4차 정기포럼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는 그동안 침묵했던 친노(親盧) 지식인들이 작정하고 현 정부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임혁백(정치학) 고려대 교수, 김형기(경제학) 경북대 교수,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 등 현 정부를 지지해 온 진보적 지식인들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일제히 노무현 정부의 무능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 포럼의 공동대표인 김형기 교수는 “참여정부는 국민의 실생활을 개선하지 못한 정책 실패와 국정운영능력 미숙, 편협하고 오만한 인물 등용으로 인한 정치 실패 때문에 민심 이반이라는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5·31지방선거 결과는 민심이 참여정부를 비롯한 진보개혁세력에서 떠났다는 뼈아픈 사실을 증명했으며 그 제1의 책임은 진보개혁세력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참여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임 교수는 기조발제문에서 한국의 진보세력이 △정체성의 위기 △수권 능력의 위기 △한반도 평화 관리의 위기라는 트릴레마(trilemma·삼중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진보세력의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보수세력이 탈냉전, 민주화, 세계화라는 역사적 패러다임의 대변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가 보여 준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정체성의 혼란, 대안적 정책 제시와 사회통합 과정에서 보여 준 통치의 무능, 남북문제에서 비교우위의 상실이라는 자충수로 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이라는 상황의 반전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진보세력의 자기혁신을 위한 대안으로 △세계화를 긍정하되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 ‘공정한 세계화’ △시장경제의 보편성을 인정하면서 그 불평등성을 보완하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 △통일지상주의를 배격하고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지속가능한 평화’ 등을 제시했다.

김호기 교수는 △높은 갈등 비용의 지불을 불러온 참여민주주의론 △지가 상승의 부작용을 가져온 균형발전론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동북아시대론 △지지그룹과의 갈등을 불러온 대연정론 등을 참여정부 국정 목표의 실패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 시대정신의 흐름을 건국-산업화-민주화-세계화로 분석하며 민주화 담론을 선취했던 진보진영이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보수진영은 이를 ‘선진화’라는 담론으로 선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세력이 세계화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세계화’의 담론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해구(정치학) 성공회대 교수는 참여정부가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공중에 뜬 정부’가 됐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운동적 차원의 비판을 넘어서는 대안 제시와 이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정당의 이념적 자기정체성의 확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노 대통령은 민주세력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보여 주는 상징이 됐으며 한국의 보수세력이 수구반동집단에서 선진진보로 자신을 명명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데 으뜸의 공로를 세웠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표는 △집단이기주의의 상징인 노동운동 △낡고 늙은 운동으로 비판받는 농민운동 △정치 과잉과 백화점식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는 시민운동 등을 진보운동세력의 문제점으로 꼽으며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극복과 진보 이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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