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부 '외부 선장론' 해석 분분

  • 입력 2006년 8월 7일 13시 47분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이 열린우리당 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근태 의장과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의 '면전'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여러 가지 관측과 해석이 나돌면서 '노심(盧心)' 읽기가 한창이다.

당내에서는 이를 놓고 △여당의 정체성과 방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선(先)자강론'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해석 △외부인사 영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 △대권주자에 대한 그립(장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선자강론'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미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얘기할 단계는 지났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탓인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김근태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할 뿐 대답하지 않다)'이었다.

다만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회의에서 "외부 선장론을 갖고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개입하려는 의도라거나 외부 인사 영입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은 잘못이며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울타리를 튼튼히 하면서 '강한 함대'를 만들어야 외부인사들이 열린우리당에 노크할 수 있고, 외부인사가 들어오더라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선자강론' 또는 '내부혁신 우선론'을 강조한 원칙적인 언급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 기본적인 생각의 편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얘기로 의원들이 크게 공감하고 격려받을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외부인사 영입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의 필요성을 직접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우윤근 의원은 "`경쟁해서 싸워 이겨라' 이런 취지가 아니겠느냐"며 "대통령이 누구를 지칭해서 한 말은 아니겠지만, 오픈 프라이머리를 지칭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오찬에 참석했던 윤원호 비대위원도 "딱히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밖에서 여러 사람이 올 수도 있으니까 거기서 경쟁하면 된다는 얘기"라고 개방형 경쟁구도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을 상기시킴으로써 당내 대권주자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차기 대권주자 조기가시화에 따른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 등 야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탈당은 하지 않겠다. 임기 후에도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언급한 부분과 '외부 선장론'을 연결시켜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또는 차기 정권 재창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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