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강조했다. 현재의 한미연합방위체제가 가장 바람직하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은 자주국가의 꽃”이라고 한 데 대해 김동신 전 장관은 “안보는 국가 이익과 국민의 사활이 걸린 것”이라며 “무엇이 국가안보를 위해 더 바람직하냐, 더 효율적이냐를 따져야지 자주만을 따지다가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누가 우리의 자주성이 없다고 하느냐”며 “자주다 아니다 하는 이야기로 국민을 편 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우리가 힘이 남아돌아가는데 비굴하게 사대사상으로 전시작전권을 받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정부가 무리하게 전시작전권 환수를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포트 전 사령관이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국 정부가 먼저 꺼냈다. 미군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국 정부가 내놓으라고 하는데 만일 우리가 안 주면 한국에 눌러 붙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반미세력은 우리를 나쁘다고 할 것이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김동신 전 장관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더라도 미국의 정보 협력은 문제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양국 지도층이 인간적 신뢰가 있을 때나 그런 협조가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정보 협조를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광웅 장관에 대한 성토도 줄을 이었다. 김성은 전 장관은 “이전에 윤 장관을 만났을 때 윤 장관이 말하길 ‘전시작전권 환수는 금년 내년이 아니라 15∼20년 후에 환수할 상황이 왔을 때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하는 것을 연구하는 단계’라고 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또 “2일 역대 국방장관들의 간담회에서 윤 장관이 ‘한 분 한 분 의견을 들어서 낱낱이 필기해 노 대통령께 직언하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신문을 보니 윤 장관이 전혀 다른 말을 해서 기분이 매우 나빴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생존한 역대 국방장관 21명 중 15명이 직접 참석했고, 이양호 이준 전 장관은 성명서에는 서명했으나 참석하지는 않았다.
역대 국방장관 및 군 원로들은 11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성우회 주최로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역대 국방장관들이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요구한 데 대해 “주권을 제약하는 조약을 맺을 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전시작전권 환수는 반대 현상이므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성명서 요지
국방장관을 역임한 우리들은 9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언제라도 좋다”고 밝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결코 이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통과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튼튼하게 작동되고 있는 한미연합방위 체제 를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저의는 미군 철수를 겨냥한 대남공작 차원의 악랄한 흉계에 휘말리는 꼴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북정보능력의 획기적인 보완과 주한미군에 대체할 첨단장비의 보강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국가 존망과 관련된 이 중대사안을 두고 무관심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하여 우리들은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국가안보에 여야가 없으며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하여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 대응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국가원로들과 언론, 지식인, 애국시민들은 이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성명서 서명 전직 장관
김성은 정래혁 유재흥 서종철 노재현 윤성민 이기백 오자복 이상훈 이종구 최세창 이병태 이양호 김동진 김동신 이 준
조영길(서명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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