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전 장관 등 역대 국방장관 17명과 백선엽 전 연합참모본부총장(예비역 육군 대장) 등 군 원로 10명은 이날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채택한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전시작전권 환수는) 당장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돼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 안보 사안이므로 당연히 전 국민의 의사를 묻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전시작전권 환수는 언제라도 좋다’고 밝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북 억제력을 갖춘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체제의 즉각적 해체를 가져오며 또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주한미군 철수를 초래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며 “미군 철수를 겨냥한 대남공작 차원의 악랄한 흉계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어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 보위와 국민 생존권 수호를 책임진 노 대통령은 누구에게서 안보 국방에 대해 보좌를 받기에 국가안보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지 참담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론자들의 조언이 아니라 안보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것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이 중대한 사안을 두고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17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방한 중인 헨리 하이드(82)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이날 전시작전권 논란과 관련해 “이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생각보다 빨리 전시작전권 이양이 이뤄질 수 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해외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미국의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이 미국 내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한국에 안보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한국을 버리고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