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無원칙 논란]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만 해당?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청와대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대통령 측근 구하기 사면’ 등의 논란이 제기되자 “기준과 형평성을 갖고 이뤄진 사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칙도 기준도 없는 사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정부는 이번에 사면된 정치인의 범위를 ‘대선자금 관련자’로 명시했다. 그러나 복권된 여택수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은 대선 이후인 2003년 9월경에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 이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모두 당에 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대선자금 관련자는 아니다.

신계륜 전 의원도 개인적으로 받은 정치자금으로 형사처벌됐지만, 대선자금 정치인으로 분류돼 사면 복권됐다. 정부 관계자는 “신 전 의원은 돈을 받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조직에서 활동했고, 돈은 모두 대선을 위해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8·15 특사 때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포함된 데 대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정 고문의 혐의엔 뇌물죄가 포함됐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정치자금의 성격이 강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논리다. 법원 판결로 규정된 사안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다르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논리라는 지적이다.

▽추징금 기준은 무엇=사면복권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현재까지 납부한 추징금은 전체 12억 원 중 8억 원. 정부 관계자는 “서 전 대표가 전체 추징금의 50% 이상을 납부한 데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추징금을 내 온 점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추징금은 앞으로 갚아 나가면 된다고 했다. 정부가 추징금 납부를 사면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당시 정대철 상임고문 등 여당인사는 서둘러 추징금을 내고 사면됐지만 서 전 대표는 추징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사면 때 서 전 대표가 제외됐던 것은 ‘야당 인사이기 때문’이란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경제사범 사면도 들쭉날쭉=정부는 경제인 사면에서도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죄나 대출사기 등으로 처벌된 경제인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117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80억 원을 골동품 수집과 별장 보수 등에 사용했으며, 대출사기를 통해 계열사에 1442억 원을 부당지원한 기업인은 포함됐다. 더구나 그가 징역 4년형이 확정된 것은 겨우 한 달 반 전인 6월 27일의 일이었다.

▽막판까지 오락가락=여당 인사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김연배 전 한화그룹 부회장은 10일 오전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됐으나 청와대의 강한 반대로 밤 12시 무렵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청와대가 반기지 않는 특정 여당인사와 가깝다는 소문이 있다. 잔여 형기 2분의 1(1년 3개월)을 감형 받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경우 감형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이 벌어져 끝까지 오락가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권 전 고문의 감형을 놓고 청와대가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8·15 특별사면 주요 인사 명단
불법대선자금 사건 관련자(5명)안희정(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복권)
신계륜(전 열린우리당 의원·사면복권)
여택수(전 청와대 행정관·복권)
김원길(전 한나라당 의원·복권)
서청원(전 한나라당 의원·사면복권)
70세 이상 고령자(65명)권노갑(전 민주당 의원·감형)
강태운(전 민주노동당 고문·사면)
김용산(전 극동건설 회장·사면)
이성호(김대중 전 대통령 처남·사면) 외 61명
분식회계, 부실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처벌 받은 기업인(17명)
경창호(전 두산기업 대표·사면복권)
송정호(전 두산산업개발 이사·사면복권)
최상순(한국화약그룹 고문·사면복권) 외 14명
부안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반대 시위
관련자(55명)
김재관(남부안 농민회장·복권)
김종성(대책위 집행위원장·사면복권) 외 53명
총 142명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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