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관 경질 파문]공보담당 공무원들 홍보정책 불만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청와대에서 지나치게 홍보를 강조하다 보니까 일부 부처에선 정책 파트의 업무가 홍보 업무 때문에 지장을 받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정책이 아니라 홍보만을 위한 홍보 지시가 쏟아질 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중견 공무원은 14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의 무리한 홍보 정책 지시가 국정홍보처를 거쳐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로 그대로 쏟아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홍보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게 순리인데 대통령홍보수석실의 의욕 과잉 때문에 정책의 품질보다는 홍보를 중시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부처의 업무와 무관한 홍보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도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에겐 큰 부담이다.

한 부처의 공보담당 팀장은 “국무총리와 국정홍보처장이 번갈아 주재하는 국정홍보전략회의의 결과가 매주 목요일 전달되는데 대부분이 부처의 업무와 무관하거나 정책 수행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안”이라고 털어놨다.

전 부처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나 여론의 역풍이 생기지 않도록 홍보해 달라’거나 ‘9월 국정감사에 대비해 이슈를 관리하고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침이 수시로 내려온다는 것.

청와대는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홍보 지시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각 부처의 실적 및 공보 담당자의 인사평가와 결부시키고 있다.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실적까지 평가에 포함시키는 게 공보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정부과천청사 한 부처의 공보 업무 담당자는 “매일 우리 부처에 대한 비판 기사를 모아 보고한 뒤 청와대로부터 정정보도 청구 등 대응 지시를 받고 있다”며 “‘언론이 저 정도는 지적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도 억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에선 언론 보도를 오보, 악의적 보도, 건전비판, 단순 정보전달 등 유형별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의 지시로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글을 국정브리핑과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정부중앙청사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기고 횟수가 곧바로 정책 홍보 실적에 반영되므로 일단 위에서 ‘써야 할 것 같다’는 지침이 떨어지면 무조건 써야 한다”며 “기고 업무 조정 역할을 맡는 정책홍보관리실 사람들도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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