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중견 공무원은 14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의 무리한 홍보 정책 지시가 국정홍보처를 거쳐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로 그대로 쏟아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홍보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게 순리인데 대통령홍보수석실의 의욕 과잉 때문에 정책의 품질보다는 홍보를 중시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부처의 업무와 무관한 홍보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도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에겐 큰 부담이다.
한 부처의 공보담당 팀장은 “국무총리와 국정홍보처장이 번갈아 주재하는 국정홍보전략회의의 결과가 매주 목요일 전달되는데 대부분이 부처의 업무와 무관하거나 정책 수행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안”이라고 털어놨다.
전 부처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나 여론의 역풍이 생기지 않도록 홍보해 달라’거나 ‘9월 국정감사에 대비해 이슈를 관리하고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침이 수시로 내려온다는 것.
청와대는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홍보 지시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각 부처의 실적 및 공보 담당자의 인사평가와 결부시키고 있다.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실적까지 평가에 포함시키는 게 공보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정부과천청사 한 부처의 공보 업무 담당자는 “매일 우리 부처에 대한 비판 기사를 모아 보고한 뒤 청와대로부터 정정보도 청구 등 대응 지시를 받고 있다”며 “‘언론이 저 정도는 지적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도 억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에선 언론 보도를 오보, 악의적 보도, 건전비판, 단순 정보전달 등 유형별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의 지시로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글을 국정브리핑과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정부중앙청사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기고 횟수가 곧바로 정책 홍보 실적에 반영되므로 일단 위에서 ‘써야 할 것 같다’는 지침이 떨어지면 무조건 써야 한다”며 “기고 업무 조정 역할을 맡는 정책홍보관리실 사람들도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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