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오전 7시 반 관저를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사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10분 뒤 고이즈미 총리를 태운 관용차 행렬이 신사 안 전쟁미화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을 지나 도착전(到着殿) 앞에 멈춰 섰다. 신사를 가득 메운 참배객들은 일장기를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검은 연미복 상의에 줄무늬 바지를 차려입은 고이즈미 총리는 미간을 찡그린 채 굳은 표정을 지으며 곧장 본전(本殿)으로 향했다. 그의 표정에는 결연한 오기까지 느껴졌다.
본전에서 참배를 마친 고이즈미 총리는 꽃값으로 개인 돈 3만 엔을 내놓고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적었다.
또 이날 야스쿠니신사에는 고이즈미 총리 외에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농림수산상, 구쓰카케 데쓰오(沓掛哲男) 국가공안위원장, 여야 의원 등 지도층의 참배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일중, 일한 관계는 붕괴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우려했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상징성이 큰 8월 15일에 참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잘못이라며 담화를 발표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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