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정부의 인사원칙으로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실에서만 한다’고 밝힌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 실장은 10월 1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감에서 “참여정부 이후에 (인사의) 검증과 추천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추천은 인사수석실, 검증은 민정수석실로 돼 있다. (이는) 인사 부분에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당시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이 “참여정부의 인사에 아쉬운 점이 많다. 인사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면 인재(人災)를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나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6일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리랑TV 부사장 인사 청탁과 관련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비서관이나 행정관도 그런 것(인사)을 협의하는 차원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본다”고 대답했다.
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도 이날 “(홍보수석실 등이) 오픈된 논의 절차를 가지고 ‘이런 사람을 고용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하는 의사 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청와대는 정책을 다루는 부서들, 예를 들면 이번에 아리랑TV 같은 경우 미디어 정책을 주관하는 홍보수석이 얼마든지 그 부서의 인사권을 가진 사람과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인사수석실이 아니더라도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청와대 각 수석실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위임받은 해당 부처 장관이나 산하기관의 장에게 인사 추천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1차적으로 위임받은 사람은 비서실장”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결국 이 실장의 국회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이야말로 현 정부 인사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백만 수석이 아리랑TV 부사장에 K 씨를 ‘추천’할 때 민정수석실에 검증을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 운영위 소속인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17일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추천’한 인물에 대한 검증이 민정수석실에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을 한 명단을 대통령비서실에 요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