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한 이재용 (52) 전 환경부 장관의 이력서다.
이 신임 이사장은 5·3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지 3개월 만에 건보공단 이사장이 됐다. 그는 17대 총선 낙선한 지 2달여 만에 환경부장관에 임명됐으나 1년도 못돼 사표를 던지고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공모과정에서부터 이 이사장 내정설이 파다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이사장 공모에 이 사장과 안종주 건보공단 이사, 건보공단 대리급 직원 등 3명만이 응모했다.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사장과 안 이사를 임명 제청했지만 소문대로 이 이사장이 임명됐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건보공단 직장노조와 사회보험노조의 반발을 무시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다른 후보를 들러리로 내세워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이사장이 치과의사 출신으로 보건의료 경험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사회보험노조는 "이 이사장이 (정부의) '허수아비'로 전락한다면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이날 일제히 노무현 정권의 '보은·코드 인사'를 비판했으나 청와대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이사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 인사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사퇴와 유진룡 문화부 차관의 '낙하산 인사' 발언 이후 단행된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열세지역에 총알받이로 출마한 측근의 충성심에 대한 보은인사의 극치"라며 "이로써 '총선 낙선은 장관' '지방선거 낙선은 이사장'이라는 보은인사의 공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일찌감치 청와대에서 낙점해 놓고 다른 후보들을 들러리로 전락시킨 것은 부도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러려고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불러 군기 잡아가며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확인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 장관으로서 행정조직 관리능력도 충분히 검증됐고 수십 년 동안 치과의사로 병원 운영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도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은 알지만 일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주변에 이 이사장만큼 능력과 소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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