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진상조사받은 영등위 "우린 억울"

  • 입력 2006년 8월 23일 16시 01분


"아무것도 없는데 영등위 억울하네."

2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행성 게임기 관련 진상조사에 응했던 영등위의 한 부장이 행사장을 나오면서 내뱉은 혼잣말이다.

이날 낮 12시15분까지 2시간 넘게 진행된 진상조사에서 이주영 이재웅 김양수 김희정 의원 등은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의 등급분류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외압이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이경순 영등위원장, 김민수 사무국장 등과 '바다 이야기' 관련 전-현직 부장들은 "그런 일 없다"며 초지일관 외압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날 진상조사에서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은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위원장은 진상조사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감춘 것, 가린 것 없이 솔직히 대답했다"면서 "제 대답이 모자랄 수는 있지만 진실만을 말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진상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영등위의 결백함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행성 게임기 문제 때문에) 영등위가 마치 부패조직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든, 검찰수사든, 감사원 감사든 등 영등위가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환영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입장.

한나라당 진상조사에 대해 영등위 직원들은 모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진상조사를 받는 과정 중에 질문도 없고 답답해서 잠시 자리를 떴다"는 박찬 부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너무 정치권 외압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질문한다"면서 "그런 거 받은 사람이 없는데 무엇을 말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게임 심의가 많이 적체되는 경우에 업자들이 와서 빨리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은 단지 민원성 부탁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위원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분들이 정치권과 유착할 분들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진상조사에 응했던 영등위의 한 부장은 "영등위는 떳떳하다"면서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영등위가 정치적 외압을 받아 사행성 게임을 허가해줬다면 위원장님이 '인허가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오늘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는데 아무도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영등위 직원들은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답변을 피했다. 한 직원은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섞인 말을 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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