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올리지 못한 한나라 영등위 현장조사

  • 입력 2006년 8월 2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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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력형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23일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인허가 의혹과 관련, 장충동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전날 게임산업개발원에 이은 두번째 현장조사.

특위 위원들은 사행성 게임 확산과 관련해 핵심 의혹으로 떠오른 문화관광부와 영등위간 '사행성게임 규제완화 책임 공방'의 귀책 여부를 추궁하기보다 초점과 동떨어진 주변 문제에 집착하다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재웅 의원은 이경순 영등위원장이 2005년 초 취임 후 국회에서 만난 여야 의원을 묻는 질문에 "업무차 만난 것은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뿐"이라고 답하자, 질문 시간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며 당시 만남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캐묻는 데 '올인'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당시 부위원장이던 권장희 전 영등위원이 '게임물 관련법안 가운데 박형준 의원의 법안이 우리가 원하는 근사치'라고 해서 만났다"고 답변했지만, 이 의원은 조사 막판까지 "믿기 힘들다"며 '20분간' 나눈 얘기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전날 '문화부 압력설'을 공식 제기해 진실 게임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권장희 전 영등위원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참석해 눈총을 받았다. 그는 이 위원장이 답변 과정에서 권 전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자 "그 분이 누구입니까. 교수입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양수 김희정 의원 등이 문화부와 영등위간 진실 공방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결국 이날 현장조사는 이 위원장과 박형준 의원의 '대화록' 조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단장인 이주영 의원의 경우 영등위 홈페이지에 있는 게임 소개에서 유독 '바다이야기'만 게임방법 설명 등이 삭제된 점에 주목하고 "바다이야기가 문제가 되니 지워버린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 실무진들은 "올해 3월경 설명을 삭제했다"며 "경품고시 이전 심의받은 심의물들은 재심의한 뒤 설명을 삭제하는 게 맞지만, 업무량이 많아 일단 설명을 함께 올려놓았다가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이유를 물어 일단 '바다이야기'만 설명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문화부-영등위 공방과 관련, 김양수 의원은 "(권 전 위원이 공개한) 공문을 보면 영등위 말이 맞는데, 당시 장관과 차관의 말이 안 맞는다는 것은 장관 윗선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 아닌가"라고 추궁했으나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바다이야기 심의를 담당했던 당시 영등위원들은 지난해 6월 모두 임기가 만료됐고, 영등위 사무국에서 게임심의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게임영상부장은 지난달 7일 사임, 애초부터 현장에서 구체적 답변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임영상부장의 사임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늦기 전에 다른 일을 해보려고 그만 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조사에는 10명의 특위 위원중 이주영 조사단장을 비롯한 단 4명만이 참석, 한나라당이 실제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또한 공교롭게도 현장조사 도중 검찰의 현장 압수수색이 겹쳐 특위는 결국 요청한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겨준 채 빈 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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