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낙하산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의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신임 이사장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해 6월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1년도 안 돼 사표를 내고 5·31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 결국 낙선하고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들어갔다.
한나라당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24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청와대는 그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할 때는 ‘환경운동가 경력’을 들어 전문성이 있다 하더니 이번에는 ‘치과의사 경력’을 내세웠다”며 “그가 ‘문화관련 시민단체’ 활동도 한 것으로 아는데, 다음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할 텐가”라고 비판했다.
이 신임 이사장이 지난 93년부터 97년까지 한국연극협회 대구광역시 지회장을 지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 의장의 지적에 강재섭 대표도 “문화부 장관 하려면 선거에 또 한 번 출마해서 떨어지면 되겠다”고 거들었다.
전 의장은 “이 정부에 더욱 격노할 일은 사전 내정을 해놨다가 아주 공정하게 하는 것처럼 들러리 공모제를 시행한 점”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아는데 보건복지부나 청와대는 아주 엄정한 공모제를 시행했다고 우긴다”고 비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인사정책이 코드인사, 보은인사, 낙하산인사, 돌려막기인사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가히 ‘급’도 안 되고 ‘감’도 안 되는 인사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도 “온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재용 전 장관을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시켜, 의리는 지켰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신뢰는 잃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기 사람 요직에 앉히는 것은 뚝심이 아니라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권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확인했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개인권력으로 전락했음을 개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인사 의견은 낯 뜨거운 일”이라며 “선거 출마와 낙선에 따른 정략적 보답인사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 전 장관의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건보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은 내정설이 나돌아 인원 미달로 1차 공모에 실패했고, 막판에 대리급 인사가 추가 공모에 참여해 가까스로 공모제의 외양을 갖추었다”며 “이러한 공모과정은 내정된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겉치레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4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김완기 전 청와대 인사 수석을 앉혀 인사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이사장은 지난 5월 사퇴하면서 “지리산 자락에 농가 하나 구입해 산과 들과 벗하며 지내겠다”고 말해 공직을 떠날 뜻을 밝혔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