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내건 ‘자주(自主)’가 마침내 이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환수’를 목표로 자주국방에 필요한 전력(戰力)을 확보하겠다던 정부는 3년 앞당겨진 시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국방부 측은 럼즈펠드 장관의 서한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힌 것에 불과하며, 이양 시기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기를 늦추는 문제를 미 측과 협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이란 외교적 수사(修辭)를 붙여 이양을 앞당기려는 데는 여러 뜻이 있다. 반미(反美) 자주 노선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는 물론이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용산기지 평택 이전, 공군사격장 확보 등에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당장 럼즈펠드 장관부터 현재 40% 미만인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비율을 ‘공평한(equitable)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려했던 자주의 대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대북 억지력(對北抑止力) 확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시기마저 앞당기게 됐으니 국민의 세금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추가부담 비용을 제외한 순수 국방비만 가구당 2011년까지 1280만 원, 2020년까지 5280만 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측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다. 부담으로 여겼던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인계철선)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확보했으니 향후 대(對)중국 견제 거점으로서의 활용도 보장받게 됐다.
동맹 잃고, 세금 더 내고, 불확실한 미래까지 떠안게 된 우리 국민만 어렵게 됐다. 2009년이면 노 대통령은 퇴임한 뒤다. 노 대통령은 늘어나게 될 국민 부담 중에서 얼마나 낼 수 있는가. 경제 파탄도 부족해 안보 불안까지 다음 세대에 떠넘긴 대통령으로 남기를 고집한다면 이 답부터 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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