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팀 18개월만에 부활…당청분리 원칙 뒤집어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정무팀장을 겸하는 대통령정무비서관직을 신설하고 정태호(43) 대변인을 기용했다. 기존의 기획조정비서관직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명칭을 바꿔 소문상(43) 기획조정비서관이 맡도록 했다.

지난해 2월 공식 해체된 정무팀이 1년 6개월 만에 부활한 데 대해 청와대가 그동안 내세웠던 당-청 분리 원칙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청와대와 여당이 할 일은 다르다”며 철저한 당-청 분리 원칙을 고수해왔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무팀 부활 요구에 대해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비서관 개편 외에 정무수석비서관직을 만들지 않은 것은 정무팀 부활에 대한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정무특별보좌관의 수를 늘려 정무특보단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공식적인 정무특보는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1명이다.

청와대가 여론의 역풍에 개의치 않고 정무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대선 정국, 나아가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는 임기 말 정책 관리 및 대통령선거 중립에 신경써야 할 대통령이 대선 등 정치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선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신경 쓰지 않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제왕적 총재를 포기한 상황에서 과거 같은 당-청 관계가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며 “여당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 대변인의 후임으로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윤태영(45) 연설기획비서관이 컴백했다. 현 정부 초반 1년 2개월간 대변인을 지낸 윤 비서관이 다시 대통령의 ‘입’으로 전진 배치된 것은 임기 말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당분간 연설기획비서관을 겸임할 예정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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