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그제 국회에서 “2004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사행성 게임의 심각성에 대한 징후를 포착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총리실이 운영한 태스크포스에 국정원도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 계통에 따라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당시 이해찬 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도둑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며 마치 남 탓 하는 식으로 말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사행성 게임의 심의와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쉽게 해준 정부의 무능, 무책임에서부터 온갖 불법과 비리의 개입을 막지 못한 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국정 실패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어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만큼 국가 시스템 전반이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사건의 전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도 입을 열어야 한다. 그는 어제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당(黨)의 비상대책위 상임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큰 의미도 없는 당직 사퇴가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 털어놓는 것이다. 그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전에 스스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바른 처신일 것이다.
갈수록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짙어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의 가족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은 것이나, 지방 국세청에서 27년이나 근무하던 문제의 행정관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것이나, 최근 돌연 행방을 감춘 것이나 모두 석연찮다. 이런 의혹들을 말뿐인 사과와 이름뿐인 당직 사퇴로 덮을 수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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