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총 40∼50kg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플루토늄 5∼6kg이면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7∼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확보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1, 2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며칠 새 터져 나온 외교안보 최고책임자들의 북한 핵 관련 발언이 심상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외교안보 고위급 라인에 북한 핵 위협과 관련한 심각한 정보가 입수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북한이 핵의 운반체가 될 수 있는 미사일 7발을 발사한 데 이어 핵실험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국내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불붙은 상황에서 북한 핵 위협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 플루토늄 확보량은 제네바 합의 때의 3∼8배
김 원장은 북한이 총 40∼50kg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국내외 분석을 종합해 보면 범위를 더 넓게 잡아 34∼53kg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전 북한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 7∼12kg의 3∼8배가량이다.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이 핵폭탄을 만든 확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핵폭탄 1,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파문이 일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했다는 데 한미 정보당국 간 이견이 없는 상태이고, 확보한 플루토늄으로 모두 핵폭탄을 만든다면 무려 6∼10개를 제조할 수 있다.○ 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경량화?
북한은 1980년대부터 핵무기 기폭장치의 정상 작동을 위해 핵실험 직전 단계의 고성능 폭발 실험인 고폭실험(high-explosive test)을 140여 회 실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정 수준의 기폭장치 개발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폭실험을 실시한 곳은 평북 영변 서북쪽 40km 지점에 있는 구성시 용덕동과 구룡강 강바닥으로 알려졌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무기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인 경량화 성공 여부도 관심사다. 경량화는 설계와 제조기법을 현대화해 핵장치의 전체 무게와 부피를 줄이면서도 파괴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하려면 무게를 1t 이하로 경량화해야 한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무게가 3∼4t에 달하는 1세대형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사일 장착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핵폭탄은 비행기를 이용해 투하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잠재 타격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 북한 지하 소규모 핵실험 능력 있는 듯
핵실험은 핵무기의 은밀성과 실험 안전성을 위해 지하에서 가장 많이 실시된다. 지하 핵실험은 지진파와 함께 소량의 방사능 가스만 발생할 뿐 방사능 물질과 공중음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하 핵실험은 지하 수백 m∼1km에 공동(空洞)을 뚫어 그 안에서 실시한다.
북한은 지하 80∼100m에 각종 군사기지를 구축한 만큼 소규모 지하 핵실험을 위한 굴착은 문제가 없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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