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비 부담 걱정하는 것도 ‘선동’인가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자주 국방’의 계산서가 국민 앞에 날아들고 있다. 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 소요될 국방비는 2020년까지 총 621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향후 15년간 국민 한 사람이 1250만 원을 부담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4인 가족 기준으로 5000만 원이니 수도권 24평형 국민임대아파트를 보증금(2300만 원) 내고 10년간 임차(한 달 임차료 23만 원)할 수 있는 돈이다.

이보다 앞서 2011년 끝나는 중기국방계획의 예산은 151조 원이다. 국방비를 매년 9.9%씩 늘려야 메울 수 있는 액수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입을 손실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중 국방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6%에서 연평균 2.8%로 늘어나게 되는데 증가 비용 10조 원을 생산에 투입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정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군 감축이나 철수가 현실화되면 치러야 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별개다. 야당은 물론 언론이 그 부담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어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전 의장,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 등은 이를 ‘선전, 선동’이라고 몰아붙였다. “621조 원 전부가 마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비용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억지에 가까운 감정적 대응이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환수에 필요한 직접비용이 621조 원이라는 것이 아니라 국방개혁 2020과 중기국방계획 자체가 작전권 환수를 전제로 마련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국방부에 “작전권 환수를 포함한 자주국방 5개년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지만 621조 원 안에 ‘자주의 비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라면 ‘작전권 환수를 안 하고 국방개혁을 추진할 경우 부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경솔한 판단으로 인한 작전권 환수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국민은 불필요한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이를 선전, 선동으로 본다면 청와대와 여당이 오히려 국민을 상대로 선전, 선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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