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 출현” 진해항 순식간에 전투태세로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비상상황 알리는 깃발경남 진해 군항의 스코이프함인 충무공 이순신함이 최신예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기류 신호로 가상 비상상황을 알리고 있다.사진 제공 해군
비상상황 알리는 깃발
경남 진해 군항의 스코이프함인 충무공 이순신함이 최신예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기류 신호로 가상 비상상황을 알리고 있다.사진 제공 해군
《68만 명의 장병들은 최전방 철책선과 푸른 영공, 영해에서 365일 불철주야 국토 수호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군은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인의 삶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군대는 군인에게는 긍지의 대상이자 삶의 현장으로, 입대 전 젊은이에겐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자식을 군에 보낸 수백만 명의 가족들에게는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걱정으로, 군대를 갔다 온 중장년층엔 아련한 병영의 추억으로 다가온다. 본보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군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군 페이지를 마련했다. 이 페이지는 군인은 물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일반인이 궁금해 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군 안팎의 얘기를 다룰 예정이다. 》

‘미식별 항공기 5대 레이더 접근. 거리 80마일, 방위 270도, 속력 500노트로 고속 접근 중.’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한국 해군의 모항인 경남 진해의 해군작전사령부. 스코이프(SCOIP·최고 선임함장)함인 충무공 이순신함으로부터 정박 중인 수십 척의 군함에 발광(發光)과 기류(旗旒·깃발) 신호, 무선통신을 통해 긴급상황이 전파됐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군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함정의 승무원들은 전투지휘상황실과 함교, 함포 등 각자의 전투 위치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진해항 전체가 전투태세를 갖췄다.

‘SM-2(사거리 148km의 함대공미사일) 6발 발사, 적기 3대 격추. 2대 계속 접근 중.’

4500t 최신예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으로부터 충무공 이순신함의 전투지휘상황실에 보고가 들어왔다. 곧이어 3500t급 구축함인 양만춘함으로부터 보고가 이어졌다.

‘51함포(사거리 24km)와 RAM(사거리 9km의 근접방어미사일)으로 나머지 적기 모두 격추.’

이 보고로 적기 기습에 대비한 대공 방어훈련이 종료됐다. 오후 2시. 스코이프함은 다시 전 군함에 신호를 보냈다. ‘적 잠수함 접근 중.’

적 잠수함의 진해 군항 공격에 대비한 방어훈련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진해항에서는 이처럼 배들이 정박해 있는 상황에서도 유사시를 상정한 전투대비태세 점검훈련을 한다. 이 훈련의 사령탑이 스코이프함이다. 해군작전사령관에 의해 임명되는 스코이프는 1주일씩 순번제로 돌아간다. 군항에 정박된 군함들의 지휘함장 역할이다.

해전의 역사는 정박 중 전투태세 훈련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1798년 영국 넬슨 함대는 이집트 아부키르 항에 정박한 프랑스 브뤼스 함대를 기습해 17척 중 13척을 침몰시켜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다.

1904년 일본 연합함대는 중국 뤼순(旅順) 항에 머물던 러시아 극동함대를 공격해 단 40분 만에 전함 4척을 완파했다.

스코이프의 권한은 막강하다. 오전 5시 45분 “총기상 15분 전”이란 충무공 이순신함의 함내 방송이 울려 퍼지면서 진해 군항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군항 전체의 아침 구보와 군가 제창에 이어 교육 훈련과 취침까지 하루의 모든 일과가 스코이프 주관으로 이뤄진다.

함정의 점등과 소등, 함상 예절을 통일시키고, 입출항하는 함정의 속도를 조절하며, 부두 주변 청결과 주차질서까지 챙기는 ‘군기반장’ 역할도 한다.

전투훈련에 내무생활까지 챙겨야 하는 스코이프함 승무원들이지만 하루 종일 초긴장 상태로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일과가 끝나면 비상근무 인원을 제외하고는 독서와 영화 관람, 헬스기구를 이용한 실내운동 등으로 저녁시간을 보낸다.

충무공 이순신함의 함장 하태민 대령은 “진주만 공습을 돌아보면 평소에 완벽한 정박 중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것”이라며 “진해 군항이 24시간 깨어 있도록 하는 것이 스코이프의 임무”라고 말했다.

진해=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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