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 환수땐 전쟁 치르면서 美에 일일이 협조 구해야”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현역 최고 지휘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역대 군 수뇌부들은 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초래할 안보 군사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 예비역 대장은 지난달 31일 긴급 모임을 열고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현 정부의 초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신일순 예비역 대장과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현 정부 출범 초까지 합참의장을 지낸 이남신 예비역 대장을 비롯한 역대 수뇌부들은 “전시작전권 문제가 주권 침해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본질인 군사적 관점이 흐려졌다”며 “철저히 군사적 실익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유사시 미 증원전력 보장 못해”=많은 역대 수뇌부들은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초래할 가장 큰 군사적 문제점으로 미 증원전력의 투입 차질을 꼽았다. 한미연합사 체제는 연합작전계획인 작계(OPLAN) 5027에 따라 모든 유형의 전쟁 징후에 대비한 시차별 부대전개목록(TPFDD)에 의거해 미 증원전력 투입이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군이 단독 작계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

이남신 예비역 대장은 “국익적 사활이 걸리지 않고서야 전시작전권도 없는데다 거센 반전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이 대규모 증원전력을 한국에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수뇌부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돼 양국이 독자사령부를 갖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철저히 헌법 절차에 따라 증원전력의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미 의회의 승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일순 예비역 대장은 “개전 초기 북한이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미군의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초기 피해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질 수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미 양국이 독자사령부 체제로 가더라도 ‘군사협조본부’를 통해 전·평시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전직 수뇌부는 “군사협조본부는 어디까지나 협조 차원일 뿐 한미연합사처럼 지휘통제기구가 아니며 유사시 어느 정도 구속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독자사령부는 작전 효율성 저하”=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전쟁의 기본원칙은 지휘의 통일성인데 두 지휘관 체제로 간다면 작전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는 미 증원전력의 장비 물자를 한국군도 원활히 활용할 수 있지만 독자사령부 체제에선 미 측에 일일이 협조를 구해야 하므로 전쟁 수행의 효율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선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지휘체계가 중요하다”며 “전시작전권 환수는 중요한 안보 위기”라고 말했다.

▽“한국군 독자방위력 확보 6년 내 불가”=국방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인 2012년까지 한국군이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다목적 실용위성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정보무기를 몇 대 도입한다고 해서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도입된 첨단 무기를 제대로 전력화하려면 몇 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역대 수뇌부는 전 군의 주요전력과 병력을 예하 소대부터 합참 지휘부까지 첨단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전술지휘통제(C4I) 체계는 몇 년 내 구축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육군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현재 한국군의 C4I 체계는 육군 군단급에서 시험 평가하는 수준”이라며 “세계 최상의 한미연합사 C4I 체계도 매년 훈련을 통해 보완하는 상황에 몇 년 내 한국군이 독자적인 C4I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역대 수뇌부들은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의 추가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공군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지상군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전력의 핵심인 공군 전력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이명박 “작전권 환수땐 차기 정부서 재협상”

한나라당 이명박(사진) 전 서울시장은 5일 “전시작전통제권이 조기 환수될 경우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익을 위해 재협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 간 협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내놓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익 차원에서 보면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 대권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대통령 후보, 국무총리 후보를 나눠 맡는 방식에 대해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지만 자칫 ‘정치 야합’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순형 “대통령이 自主 내세워 안보장사”

‘미스터 쓴소리’ 민주당 조순형(사진) 의원이 5일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층이 안보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실은 자기네들이 자주국방과 주권을 내세워 안보장사를 하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8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예비역 대령)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로 한 조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전시 상황에만 가동하는 매우 특수한 시스템이며, 전 세계적으로 연합방위체제가 확산되고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보듯 연합방위체제는 각국의 주권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당시 환수하려했던 것은 평시작전권이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이 전시와 평시의 단어 차이를 모를 수 있겠는가. 왜곡되게 해석해 국민을 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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