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회 결국 파행

  • 입력 2006년 9월 6일 19시 07분


6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헌재 재판관직을 중도 사퇴하고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전 후보자의 자격과 청문회 절차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로 5시간 만에 중단되는 등 파행됐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적법성 논란으로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이 청문회는 무효"=야당 국회의원들은 "헌법에 의하면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헌재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는 것"이라며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 후보자가 되려면 먼저 헌재 재판관이 돼야 하는 만큼 헌재 재판관 임명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헌재소장 임명은 헌재 재판관 임명도 포함하는 것"이라며 "같은 사람을 두고 똑같은 청문회를 두 번 하라는 말이냐"고 맞섰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과거 김용준 윤영철 전 헌재소장도 헌재 재판관이 아닌 상태에서 임명에 따른 청문회를 한번만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당시에는 인사청문회법이 없어 헌재 재판관은 청문회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것에 대해서도 청문회 개최가 필요한지에 대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가 뒤에 "질문을 잘못 들은 것 같다. 지금이 헌재소장 청문회와 헌재 재판관 청문회를 겸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바꿨다.

▽"사법부 독립성 훼손 우려"=전 후보자가 이날 답변과정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헌재소장에 임명하려 하니 헌재 재판관 사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헌재 재판관직을 사퇴했다고 밝힌데 대해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했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심각히 훼손한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임기가 보장된 헌재 재판관이 청와대와 협의해 중도 사퇴하고 헌재소장으로 다시 지명되는 것은 헌재 조직의 독립성을 우려할 만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전 후보자 본인도 사퇴가 이익이라고 생각한 것인 만큼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퇴를 합의한 걸로 봐야 한다"며 "이런 식의 편법 임기 연장은 외국 같으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일"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전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서 행정수도이전, 양심적 병역기피 등의 사안에 대해 정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구미에 맞는 판결을 해왔다"며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자신의 헌재소장 지명이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전 후보자는 "코드인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 후보자 지명과정은 이날 함께 열린 김희옥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돼 한때 이 청문회에서도 정회 소동이 빚어졌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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