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30’ 재원 500조 축소발표 의혹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정부가 미래전략 보고서인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財源)으로 공식 발표 때보다 500조 원 많은 1600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자료가 나왔다. 본보가 6일 입수한 국정홍보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비전 2030’ 발표일인 지난달 30일 국정브리핑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비전 2030 추진 시 추가 소요 1600조 원 수준’이라는 자료에서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앞으로 25년간 총 1600조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는 발표 당일 오후까지 국정브리핑 홈페이지에 게재된 뒤 삭제됐다. 그러나 정부는 기획예산처의 공식 발표 및 대통령 보고에서 “비전 2030을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25년간 1100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비전 2030 추진에 따른 증세(增稅) 논란을 의식해 필요한 재원 규모를 줄여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비전 2030 추가 재원은 얼마?

예산처가 공식발표한 추가 재원 규모는 ‘1100조 원’이다. 다만 기자브리핑 후 기자들의 추가 취재 과정에서 “국채발행만으로 충당하면 1600조 원”이라고 부연 설명한 바 있다.

장병완 예산처 장관은 4일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전 2030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가 재원은 1100조 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국정브리핑은 추가 재원 규모를 ‘1600조 원’이라고 명시했다. 재원 조달 방법이 국채 발행이든 증세든 혹은 두 가지를 합한 방식이든 모두 1600조 원이 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국정브리핑에서 비전 2030을 위해서는 앞으로 25년간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르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공식 발표 이후에는 25년간 GDP의 2% 수준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시기별 재원 조달 계획도 서로 다르다.

예산처는 공식 발표에서 2006∼2010년에는 4조 원, 2011∼2030년에는 1096조 원 등 110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국정브리핑에서는 2006∼2010년 4조 원, 2011∼2020년 300조 원, 2021∼2030년 1300조 원 등 1600조 원 수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돈이 많이 드는 2021∼2030년에는 현재 20, 30대가 세금을 많이 내는 연령에 도달해 재원 충당의 상당부분을 떠맡게 된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이 같은 재원 소요를 감안한 2030년까지의 장기 재정운용계획도 세웠다.

향후 GDP 등을 고려해 2030년까지 25년간 총지출(일반·특별회계+기금)이 1경2200조 원이 들고, 여기에 비전 2030 추진을 위한 1600조 원을 합쳐 모두 1경3800조 원이 필요하다는 것.

○ 국민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

국정브리핑 자료는 1600조 원을 기준으로 재원 조달방식에 따른 국민 부담을 예측하기도 했다.

우선 1600조 원을 전액 국채로 조달할 경우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2030년에도 현재의 20% 수준을 유지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은 32.3%에서 70%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밝혔다.

세금으로만 충당하면 조세부담률은 현재 19.7%에서 2030년에는 24%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국채 발행과 증세를 병행하면 국가채무비율은 현 32%에서 40%로, 조세부담률은 19.7%에서 23%까지 상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발표 자료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수원 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은 “비전 2030을 위한 여러가지 재정조달 계획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1100조 원으로 결정됐다”며 “홍보처에서 최종안을 보지 못한 채 국정브리핑을 만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호천 국정홍보처 홍보지원팀장은 “비전 2030의 주무부처인 예산처가 준 자료를 그대로 게재한 것”이라고 밝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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