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퇴임후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 준비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의 귀향 준비를 시작했다.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살고 있는 노 대통령의 형 건평 씨는 6일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성묘를 겸해 고향을 다녀가면서 집 지을 후보지를 둘러보고 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귀향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예정지는 어떤 곳=가장 유력한 터는 노 대통령이 7세까지 살았던 생가 바로 뒤편의 야트막한 언덕배기. 생가와는 오솔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김해 시내 쪽으로 치우친 마을 끝머리다. 봉하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에는 산세가 수려한 봉화산이, 오른쪽에는 마을이 펼쳐진다.

이 땅의 주인은 대통령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최측근 정모(57) 씨다. 정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과는 관련이 없고 활용 가치가 있을 것 같아 내가 지난해 가을 평당 10만 원 정도 주고 3000여 평을 샀다”며 “노 대통령이 집을 지으려 한다면 흔쾌히 내줄 것(팔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이 김해인 정 씨는 건평 씨와도 가깝다.

건평 씨는 지난달 노 대통령 방문 직전 정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포클레인을 동원해 이 땅에 있던 폐가 2채를 헐었으며 감나무와 소나무 10여 그루를 베거나 뽑아내는 등 정지 작업을 했다.

다른 한 곳의 후보지는 봉하마을 회관 옆이다. 이 터는 진영읍 번영회장이자 노 대통령의 진영중학교 후배로 노 대통령 관련 행사 때마다 대소사를 챙겨 온 박영재(53) 씨 소유. 건평 씨 집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오래전 폐가 한 채를 헐고 대나무와 감나무 등을 베어 낸 뒤 300평 정도를 대충 정지한 상태다. 생가 뒤 대지와 회관 옆 터의 직선거리는 250m 정도.

마을 사람들은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생가 뒤 대지에는 대통령 내외가 머물 집을 짓고 회관 옆에는 경호원 숙소 등이 들어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당초 퇴임 후 머무를 곳으로 생가를 염두에 두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 건평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주인 하모(67) 씨가 ‘대통령 집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부른 가격은 15억 원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일가가 2월 공개한 재산은 장남 건호 씨의 몫까지 포함해 8억2933만 원이다.

▽어떻게 짓나=건평 씨는 “부속건물 등을 포함해 대지는 1000평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쯤 대통령과 청와대가 집 지을 땅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자연 친화적인 한옥 형태의 단층집을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주택 설계는 서울의 업체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집터 후보지를 둘러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 풍수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그간 가까운 사람들에게 “퇴임 후 고향에서 생태계 보전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 입장=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최근 대통령이 퇴임 후 당 상임고문 직을 원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귀향을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귀향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고향에서 산다고 (다른 일을 안 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중앙 중심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은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온다면 더없이 반갑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대통령 내외가 마을에 돌아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방문객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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