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기지촌’의 이미지를 벗는 것은 반갑지만 수십 년간 미군에만 의존해 왔던 지역경제가 과연 반환되는 공여지 덕분에 회생할지가 걱정이다. 미군 주둔으로 수십 년간 지역 발전의 기회를 상실했던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발 계획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다시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어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 살림 규모 따라 한숨, 기대 엇갈려=동두천시는 내부적으로 반환 공여지를 대학과 산업단지, 골프장 등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돈.
동두천시가 국방부에서 사들일 땅은 약 595만 평. 지자체가 사들인 공여지를 공공용으로 개발하면 정부가 최고 80%까지 매입비용을 지원해 준다지만 추정 매입비용 3조500억 원은 시가 애당초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동두천시의 연 예산은 1700여억 원.
공여지를 사들이려면 가뜩이나 부족한 도로, 철도를 더 갖추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김 회장은 “도로도 변변찮고 주변 여건도 안 좋은데 시 구상대로 대학을 유치하자고 한들 어느 대학이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업단지와 택지개발이 활발한 파주시는 동두천시보다 사정이 낫다. 시가 매입할 반환 공여지 면적도 50만 평 선으로 적다. 시는 11일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구체적인 개발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도심 복판에 자리 잡은 캠프 라과디아, 홀링워터에 도로를 개설하고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십 년 묵은 도심 교통체증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74만 평인 캠프 스탠리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라 반환되더라도 개발이 어렵다.
경기도 노승철 기획행정실장은 “용산기지는 전액 국고로 지원하면서 경기도는 열악한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하게 해 어려움이 크다”며 “어차피 10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계획을 수립해 낙후된 지역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여지 반환이 낳을 갈등=공여지 반환은 해당 지역에만 술렁임을 낳는 것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의 경쟁과 반목 요소도 안고 있다.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는 공여지 반환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분위기에 민감해 하고 있다. 공여지 반환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비수도권의 지자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이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별법이 제시한 대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지원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미지수다. 당초 기획예산처가 공여지 매입비용의 20%만 지원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실제 예산이 법안 규정의 상한선인 80%까지 지원될지도 불투명하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는 “공여지 매입비용뿐 아니라 개발 사업, 개발에 필요한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 사업도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해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안보를 위해 미군 주둔을 감내하며 희생한 지역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른 지역보다 지원이 적다면 주민들이 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간의 개발경쟁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파주, 의정부, 동두천시 모두 대학 유치를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곳도 유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두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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