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중국 정부는 2004년 8월 한중 ‘구두양해’에 합의한 후 학술 차원의 연구는 계속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공식 추가 왜곡은 하지 않고 있다. 왜곡된 내용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된 것으로 확인되면 외교력을 발휘하겠다”고 보고하자 의원들은 “외교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중국이 고조선과 발해 역사까지 왜곡해 한민족의 뿌리까지 흔들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백두산 개발을 포함한 중국의 ‘장백산공정’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 등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전략 아니냐”고 따졌다. 이 차관은 “그 부분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중국 교과서에 왜곡 내용을 기술한 것은 학술 차원을 넘어선 것인데도 정부가 학술적으로만 대응하니 옹색하게 비친다”며 “구두양해만 믿고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이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있어 아직 파악을 다 못했다”고 답하자 의원들은 “언론사 특파원들은 서점에서 교과서를 구입해 분석 기사를 썼는데 현지 인력이 많은 외교부는 왜 ‘아직도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느냐”고 질책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동북공정 논문 발표자는 중국 공무원 신분이므로 국가가 밀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라며 “우리가 미국 일본과 멀어지는 바람에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중국이 잘 알기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정부가 중국의 비위를 잘못 건드리면 수출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생각해 고구려연구재단을 없애는 등 눈치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동북공정은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소수민족 연구 차원에서 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외교부가 중국 대변인과 같은 생각과 발언을 한다. 애국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교부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의원들은 이날 △중국의 역사왜곡 즉각 중단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응 △남북 공동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동북공정 등 중국의 역사왜곡 중단 및 시정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본회의에 넘겼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규형 외교2차관 “中 왜곡교과서 파악중”
교육부선 작년에 시정의견 보내▼
이규형 외교통상부 2차관이 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중국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진상 파악 여부와 관련해 거짓 답변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차관은 이날 통외통위에서 의원들이 중국 역사교과서 사태 파악 여부를 묻자 “교과서 10여 종 가운데 우리 역사가 간략하게나마 포함된 1종은 찾았지만 왜곡 교과서는 아직…”이라며 “주중대사관에 파악 지시는 내렸지만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이 입수한 2개의 공문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5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중국 역사교과서 수십 종의 왜곡 내용과 시정 의견을 담은 공문을 외교부로 보냈다.
또 교육부는 5월 한중 교육부 차관회의를 열고 중국 역사교과서에서 고구려 관련 서술이 왜곡되지 않도록 중국 측에 요청했다. 당시 교육부는 지난해 파악했던 문제점을 토대로 고구려의 영역, 신라 문화의 성격, 한글 등 11건의 왜곡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사태 파악을 마치고 중국에 시정 조치까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국회에 거짓 보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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