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핀란드에서 쏘아올린 盧대통령 ‘말 폭탄’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핀란드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에 대해 “실제 무력(武力)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외면하고, 다시 북을 두둔한 것이다. 14일 워싱턴에서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대북(對北)인식을 드러냈으니, 북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서 한미 간에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날 노 대통령은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핀란드 기자로부터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먼저 대포동 미사일에 대해 “미국까지 가기엔 너무 초라하고 한국을 향해 쏘기엔 너무 크다”고 설명한 뒤 “한국은 북의 핵실험에 관해 아무런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북이 7월 5일 발사한 미사일 7발 중 대포동 2호를 제외한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 6발은 한국을 사정권에 둔 것이다. 그런데도 대포동 미사일만 거론해 ‘실제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고 한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북 미사일이 위협이 아니라면 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북의 혈맹인 중국까지 동조했겠는가.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핵과 미사일이 자위(自衛) 수단이라는 북의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때의 외교적 후유증을 겪고도 계속 북을 감싸기만 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 셈인가. 북과는 ‘민족끼리’ 공조하고, 미국 일본과는 각을 세움으로써 초래될 국가적 비용을 누가 감당하란 말인가.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하나만 조기 환수돼도 국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북이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국민 혈세로 68만 대군을 유지하고, 고가(高價)의 무기를 사들일 이유도 없다. 지난 3년 반 동안 3조 원이 넘는 지원을 하고서도 북으로부터 되받은 것이라곤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위협밖에 없다. 이런데도 끝까지 ‘자주놀음’에 빠져 북한에는 퍼 주고, 미국과는 소원해지고, 일본과는 다투기만 한다면 국가 존립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