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영사관 이백순 참사관 “한국 현안중심 외교 틀 벗어야”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북한 핵문제가 처음 불거진 게 1993년입니다. 그 후 14년간 우리 외교는 중추신경이 오로지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되다 보니 국제정세의 지각변동 문제는 등한히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 워싱턴 총영사관 이백순(47·사진) 참사관이 20여 년간 외교현장에서 축적한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한국의 외교 전략을 모색한 책 ‘신세계 질서와 한국’(21세기 북스)을 펴냈다.

이 참사관은 1985년 외무고시 19회에 합격한 뒤 유럽공동체(EC)대표부, 유엔대표부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워싱턴 부임 직전까지 외교통상부 안보정책과장을 지냈다.

그는 “우리 외교가 전통적으로 한미, 한일 등 양자관계 현안 해결에 초점을 두다 보니 장기적 국가 전략이나 기획 기능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열강의 쟁패가 재연되는 듯한 현 시점에서 한국이 어떻게 슬기롭게 국익을 지켜 낼 수 있을지를 이 책을 통해 모색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40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에서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안보 전략 등 한국의 외교 운명을 좌우할 요인들을 집중 분석했다.

이 참사관은 “한국은 통일 후에도 부존자원과 내수 기반이 부족하므로 대외 지향적 개방경제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닥쳐올 세계화의 파고라면 앞장서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시대의 양극 구조가 21세기엔 복잡한 일초다극체제가 될 것이며, 국가 간 합종연횡 등 유동적인 체제가 예상된다”며 우리의 의사에 반해 주변 4강국의 갈등 구조에 연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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