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보(9일자)에 ‘요즘 젊은 의원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한다’고 지적했는데….
“싸잡아 말해 놓고 보니 좀 미안하던데…. 전 후보자의 임기 문제가 이미 언론을 통해 불거진 상태였다. 미리 법적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지 않았다면 말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얘기지만 법안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자기 이름 올리지 않나. 같은 의원으로서 창피한 얘기지만 법안심사소위를 하면 다 출석하는 것도 아니고….”
―젊은 의원들이 목소리만 크고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인가.
“자꾸 동료 의원들 비판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만 국회의원은 문제의식을 갖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또 할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때, 어느 곳이든 손해나 불이익이 있다 해도 단호하게 발언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곤경에 빠진 이유는 알면서도 제때에 할 말을 못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던데 밥만 먹고 나와서야 되겠는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상원의원 8명의 전기인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저서를 남겼는데, 서문에서 정치인의 최대 덕목은 용기라고 밝혔다.”
―율사가 그렇게 많은데도 사전에 걸러 내지 못한 이유는….
“문제의식이 중요하다. 헌재 소장 인사청문특위가 거의 율사 출신으로 채워졌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균형감각과 상식, 순리에 기반을 둔 판단이 있으면 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인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헌재 재판관 및 소장’으로 중앙인사위원회의 임명동의안을 보정(補正)하는 데 열린우리당이 승복하지 않았느냐. 임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기들이 인정해 놓고도 자꾸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국회의장도 책임이 크다.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제출됐을 때 재판관 중도 사퇴로 인한 민간인 신분에 따른 법률적 문제, 임기 논란 등에 대해 확인을 했어야 했다. 여야 지도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한 판단이 헌재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은데 헌재 소장 후보자 청문회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의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검토한다는데….
“4부 요인 중 한 사람이 공석이 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고, 법치국가의 이미지도 훼손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전 후보자도 스스로 거취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갈음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헌법 최고기관의 수장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동의를 통해서 그 권위를 부여받아야 한다. 국회의장 직권 상정은 안 된다.”
―절차 문제와 별개로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코드 인사 논란이 사법부로 확대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아주 위험한 징조다.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생들이 사법 검찰 요직에 등용되고 있는데,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헌법적 사안을 다루는 헌재에는 사무처장까지 포함하면 사시 17회가 4명이다. 이래서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겠는가.”
그는 끝으로 “동료의원 지적하는 얘기는 그만하자”면서도 “사실 국회의원만큼 편한 직업도 없다. 그러나 일을 하자고 하면 한이 없다.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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