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문서 못내는 이유…“NO”하는 盧에 부시도 “NO”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공동성명 등 공동문서를 채택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이나 공동성명뿐만 아니라 간단한 공동언론발표문도 발표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이렇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기엔 양국 정상이 생각하는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한 해법의 간극이 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한목소리 못내는 원인=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이른바 ‘확성기 외교’인 셈이다.

노 대통령이 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은) 미국까지 가기에는 너무 초라하다”고 말한 것도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 노 대통령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이 먼저 북-미 양자회담에 응하는 등의 양보를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굳히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최근 일본을 방문해 6자회담과 별개로 북한의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다른 다자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1999년)에 따라 2000년 해제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를 다시 시행하는 방안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빠진 회담 환경=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내용이나 형식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대북 지원을 하는 방안이 유효하다’는 의사와 함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미 양국 정부 내에선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대북 압박정책을 취하기 위한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까지 북한은 1년 동안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지난해 6월보다 더 나쁘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한 지 1년 가까이 됐고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핵 실험까지 준비 중이라는 설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의지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른 회의나 행사와 연계되지 않은 4차례의 한미 정상회담 중 3차례 공동언론발표문이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다른 회의나 행사와 무관한 한미 정상회담을 5차례 했고 이 중 한 차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나머지 4차례 중 2차례는 통상문제나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가, 다른 2차례는 북핵 문제가 주 원인이 돼 공동문서를 채택하지 못했던 것.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 때문에 다른 회의나 행사와 관련 없는 3차례의 정상회담 중 2차례 공동문서를 채택하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