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쌓은 동맹 왜 흔들어 대나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평소 신중한 언행을 보이는 전직 외교관들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에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외교 현장 경험을 통해 볼 때 현재의 안보 상황이 위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직 외무부 장차관과 대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 160명은 10일 발표한 성명서 첫 머리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현재 상황 하에서의 전시작전권 단독 행사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은 외교 현장의 경험을 통해 볼 때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연합사는 북한에 대한 전쟁 억지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외교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굳건한 한미 동맹과 유엔과의 협조를 기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구축 유지를 위해 전력투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관들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안보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킬 전시작전권 환수를 중단하는 대신 미국과의 협력 강화, 일본 중국과의 외교 조정에 힘써 외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남북간 군사 균형이 무너진 데다 북한 노동당 헌장은 아직도 남한 공산화 통일 의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미 동맹 관계를 긴급히 재정비해 우선 남북한 군사 균형 회복과 안정을 위한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서 발표 주도자 중 한 사람인 윤하정 전 차관은 최운상 전 대사 등과 함께 10일 밤 본사를 방문해 “평소 신중한 언행이 몸에 밴 외교관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현 상황은 위기”라면서 “한미 동맹이 약화되면 외교적 고립과 국가적으로 심각한 불이익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번 성명에는 김석규 노창희 신동원 오재희 윤하정 이문용 정일영 전 차관과 김태지 전 주일 대사, 노영찬 전 주프랑스 대사, 신기복 전 주캐나다 대사, 신두병 전 주이탈리아 대사, 장만순 전 제네바대표부 대사, 장선섭 전 주프랑스 대사, 최동진 전 주영국 대사, 한병기 전 주캐나다 대사 등이 서명했다.

이 밖의 서명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가나다순)

강대완 강석홍 강승구 강영규 고창수 공선섭 곽회정 구충회 권순대 권영순 김경철 김교식 김기수 김내성 김동근 김동호 김문경 김병련 김봉균 김상철 김석우 김석현 김세택 김승호 김영곤 김영관 김영길 김영섭 김옥민 김용규 김용집 김인권 김재규 김재춘 김정순 김정태 김정훈 김종규 김종록 김좌수 김창근 김창석 김창훈 김해선 김현곤 김형근 김흥수 나원찬 나의균 남철 남홍우 명인세 문동석 문창화 문희철 민병학 민수홍 박경태 박근 박노수 박동규 박동순 박련 박민수 박부열 박영우 박종기 박창남 방병채 방희 배상길 백선군 백성일 변승국 박종상 사부성 서경석 소병용 소상영 소진철 손훈 송영식 신동련 신성오 신정섭 심기철 양달승 양동칠 오윤경 오정일 유내향 유병우 유종현 유지호 윤석재 윤영업 윤주영 이두복 이상구 이수우 이승곤 이영민 이용훈 이원영 이정남 이정수 이종업 이창호 임대택 임명진 장명하 전상진 정경일 정도순 정우영 정해융 조광제 조기성 조기일 조명행 조상호 채의석 최낙천 최남준 최배식 최봉늠 최상덕 최상섭 최석신 최영철 최운상 최필립 하유식 한상국 한석진 한우석 한창식 한탁채 허리훈 허세린 황광한 황규정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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