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KIDA) 남만권 박사는 12일 '동북아 안보정세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미국이 작계 5026과 5028, 5029, 5030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단독작전을 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 박사는 이 논문에서 "미군은 한미연합군의 작계 5027이 폐기된다고 해도 다른 '5000 계열작계'를 사용해 연합사가 아닌 다른 부대를 동원해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사령부 관할인 한반도의 작전계획으로 5000 계열의 번호인 5026, 5027, 5028, 5029, 5030 등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비록 연합사 작계 5027이 폐기되더라도 나머지 5000 계열의 작계로 단독작전을 펼 수 있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미국은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면 핵시설을 타격할 목적으로 작계 5026을 수립했으며 우발사건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작계 5028을 수립했다.
한미간에 개념계획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작계 5029는 북한의 급변 사태 발생시 적극 개입한다는 계획이며 작계 5030은 해·공군력으로 북한을 봉쇄해 고립시킨다는 작전계획이다.
이 가운데 작계 5026과 5030은 한국군과 협의 없이도 한반도 유사시 미군 단독작전을 펼 수 있도록 미 태평양사령부가 수립한 작전계획이라는 것이 남 박사의 설명이다.
또 작계 5028과 5029, 5030은 단독 군사작전 또는 미-일 공동작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본에 있는 태평양사령부 예하의 7함대와 5공군 전력이 주로 이들 작전계획을 수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 미 7공군은 태평양사령부 소속이기 때문에 유사시 미군 수뇌부의 결심만 있으면 7공군이 작계 5026에 따라 북한 핵시설을 초정밀 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 합참은 주한미군사령부로 묶어놓은 8군사령부 이하 주한 미 지상군부대를 태평양사령부 소속으로 전환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남 박사는 주장했다.
실제로 미 태평양사령부는 1993년 북한의 핵 시설을 정밀 공습하는 작계 5026을 만들어 행동에 옮기려다가 한국 정부 반대로 중지한 바 있다.
남 박사는 "태평양사령부가 당시 한반도를 무대로 한 작전계획을 만들었다는 것은 앞으로 연합사 대신 창설할 '전·평시 한미군사협조본부'에만 의존해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시 작전권 단독행사에 대비한 공동군사계획서를 만드는 작업은 양국의 입장차로 난관이 따를 것이지만 작계 5027에 버금가는 수준의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특히 다양한 유형의 한반도 사태가 발생할 때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작전 수행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과 별개로 일부 군 원로들은 미국이 유사 시 유엔 다국적군을 북한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은 "미국은 한미연합사와는 별도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에 의해 다국적군을 지휘할 수 있다"며 "만약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이견이 있게 되면 미국은 한국과는 무관하게 유엔군사령부 아래 편성된 다국적군을 북한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의 발언권이 무시될 수 있고 한국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북한 문제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의해 처리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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