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인준안 처리 무산…사상 초유 헌재소장 공백사태

  • 입력 2006년 9월 14일 14시 18분


헌법재판소 3기 재판부를 이끌어온 윤영철 소장과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재판관이 14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러나 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후임 헌재 소장으로 지명된 전효숙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아 헌재 소장이 공석상태가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재, 당분간 소장 권한대행 체제로=헌재는 전 후보자의 임명 절차 논란으로 소장 없이 4기 재판부를 출범시키게 됐다.

15일 출범할 새 재판부는 일단 선임 재판관인 주선회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헌재 규칙에는 '소장 자리가 비거나 소장이 1개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엔 재판관 7인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권한대행을 선출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 전까지는 재판관 가운데 임명일자가 가장 앞선 주 재판관이 소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권한대행 선출 회의에서는 출석 재판관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재판관이 권한대행이 된다. 헌재는 그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한 19일 국회 본회의까지는 새 권한대행 선출을 위한 회의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19일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헌재 소장 공백사태의 해법은 전 후보자의 사퇴나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 철회에 달려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자칫하면 헌재 소장 공백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눈시울 붉힌 퇴임 헌재 재판관들=윤영철 소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지난 6년 간 이념과 이해의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거친 바다를 항해해 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저와 동료 재판관들은 헌법 재판에 임해 이념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정치적 고려는 배제한 채 오로지 무엇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규준(規準)인지를 찾는 데 노력했다"며 새로 출범할 4기 헌재 재판부가 '사회적 통합'에 노력해 줄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윤 소장은 퇴임사 말미에 헌재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한동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함께 퇴임한 송인준 재판관 등도 눈시울을 붉혔다.

선임 재판관인 주선회 재판관은 퇴임하는 재판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위해 헌재 앞마당으로 걸어나오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주 재판관은 재직 중인 재판관 중에 윤 소장과 가장 많은 기간을 함께 일해 왔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주심을 맡으며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윤 소장과 각별한 사이였다.

이날 퇴임식에는 헌재 연구관과 재판관 가족 등 190여 명이 참석했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위헌결정을 내린 데 반발해 온 대한안마사협회 전·현직 회장이 참석해 윤 소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윤 소장은 12일 퇴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안마사 자격을 개방하되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화하라는 취지였는데 판결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15일 오전 새로 취임하는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 취임 축하 행사를 갖는다. 소장이 공석이라 공식적인 취임식을 대신해 새 재판관들과 기존 재판관 및 헌재 관계자들 간의 간단한 상견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헌재 관계자는 밝혔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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