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 동안 대북 사업을 해 오다 그만둔 정주권(55) 빠레트 사장은 “국내 기업인들이 대북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엘칸토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며 1997년부터 7년여간 엘칸토 평양 공장의 운영을 맡아 왔다.
북한과 남한 간의 사업 환경 차이를 확실하게 알아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정 사장의 충고다.
우선 북한 당국자는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 북측 인사가 남한에서 통용되는 ‘상식’을 모르는 걸 당연시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정 사장은 “열악한 전력 사정과 낮은 노동생산성을 감안하면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몇 안 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발전 설비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북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도 어려워 소규모 임가공 사업 정도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농수산물을 수입하는 경우 샘플만 보지 말고 가급적 생산 현지에서 물건을 꼭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현지 방문이 쉽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물류에 대한 부담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현재 개성을 제외한 지역의 물류는 인천∼남포 구간의 배편이 유일한 수단이다. 그것도 한 달에 고작 한 번만 오간다. 모든 물자를 남측에서 실어 오고 생산된 제품을 다시 남측으로 실어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감안해 원가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
정 사장은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제도를 통해 움직이지 않고 사람을 통해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힘을 갖고 있는 당국자들과 얼마나 진심으로 만날 수 있느냐가 사실상 사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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